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장면. 티브이엔 제공
“그래! 한국 드라마 오에스티(OST·배경음악)를 연주하는 거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온 한마디였다. 클래식 공연 매니지먼트사 봄아트프로젝트의 윤보미 대표와 소속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당시 두 사람은 한국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앙코르 무대를 만들고자 한참 머리를 맞대고 “영화음악은 많이 했겠지?” “클래식 편곡은 흔하겠지?” 하며 고심하던 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의 일이다.
윤 대표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필리프 윤트가 당시 매년 절반 정도를 한국에서 생활했다. 한국 문화를 좋아했고 드라마도 즐겨 봤다. 그래서 둘 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프 윤트의 첫 선택은 당시 인기 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도깨비>였다. 원곡의 감성을 플루트로 전달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앙코르 무대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고, 내친김에 아예 2018년 6월 엘지(LG)아트센터에서 ‘드라마틱 클래식’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음반을 내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필리프 윤트가 선곡하고 이를 유럽의 유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이 편곡했다. 윤 대표는 “필리프 윤트가 평소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보기까지 하면서 신중하게 골랐다”며 “특히 관계들이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음반에는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드라마 <도깨비>(‘뷰티풀’ ‘스테이 위드 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육룡이 나르샤>(‘무이이야’ 두 버전), <미스터 션샤인>(메인 테마, ‘좋은 날’), <태양의 후예>(‘올웨이스’), <응답하라 1988>(‘걱정말아요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그대라는 세상’), <하얀거탑>(메인 테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눈의 꽃’), <브레인>(메인 테마), <해를 품은 달>(‘시간을 거슬러’), <사랑의 불시착>(‘형을 위한 노래’)의 오에스티와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이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작곡한 ‘셰이즈 오브 러브―블루’ ‘셰이즈 오브 러브―레드’가 담겼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사랑의 불시착> 오에스티를 연주하는 장면. 도이체그라모폰 영상 갈무리
필리프 윤트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피아니스트 제바스티안 크나워 등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연주했다. 개별 곡 원작자들을 찾아가 설명하고 허락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그렇게 만든 음반 <셰이즈 오브 러브>가 오는 7월9일 발매된다. 음반사가 독일의 도이체그라모폰(DG)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통 클래식 연주자들도 음반 발매가 쉽지 않은 세계적인 음반사다. 윤 대표는 “녹음이 끝난 뒤 디지에서 이 사실을 알고 제안을 해왔다”며 “디지가 드라마 오에스티로만 된 음반을 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첫 싱글 ‘형을 위한 노래’(<사랑의 불시착>)가 먼저 디지털 음원으로 공개됐다. 윤 대표는 “클래식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K)콘텐츠를 만났을 때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클래식을 대중적 콘텐츠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고민해왔는데, 이번 시도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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