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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BTS, ‘버터’와 ‘다이너마이트’ 연결고리가 있다?

등록 2021-06-04 19:23수정 2021-06-26 00:22

여름특집 : 이재익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
① 마이클 잭슨 오마주, 능수능란한 BTS
빅히트뮤직 제공
빅히트뮤직 제공

여름을 맞아 토요일 TV면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칼럼을 연재하는 이재익 피디가 4주에 걸쳐 4부작으로 방탄소년단 특집을 꾸립니다. 음악을 바탕으로 정국의 손등 키스부터 뷔의 헤어스타일까지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재 아미’ 이재익 피디가 추천하는 방탄소년단의 매력 넘치는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를 발표했다. 이 짧은 문장 하나로 많은 것들이 자동적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으로 등극하겠지? 세계 각국의 음악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겠지? 이번에도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려나? 이런 예상들이 맞았는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다. 다 현실로 이뤄졌으니까!

방탄소년단은 우사인 볼트가 육상계에 등장했을 때처럼 팝 역사의 아득한 기록들을 깨고 있는 중이다. 신곡 ‘버터’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처음 1위를 차지한 지 겨우 아홉달 만에 4곡의 1위 곡을 배출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잭슨 파이브에 이은 기록이다. 데뷔 첫 주에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노래가 3곡인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 원래 그들이 갖고 있던 역사상 최단기간 1억뷰 기록을 깨면서, 1·2위 기록 모두 이들 차지가 됐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 차트를 섭렵하고 주요 음원 플랫폼 대부분에서 스트리밍 횟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미 기네스에 올라간 기록만 여러 개. 간단히 말해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팝 밴드다. 외신에서도 방탄소년단을 다룰 때 더 이상 ‘센세이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이라는 표현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과에 대해서는 이쯤 하고 신곡 노랫말을 들여다보자.

지난번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도 영어 가사다. 전체적으로는 버터처럼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내용인데, 가사를 다 보자면 책 한권은 나올 것 같으니 오늘 칼럼에서는 처음 한줄만 딱 살펴본다. ‘버터’의 가사 첫 줄은 이러하다.

‘스무드 라이크 버터/ 라이크 크리미널 언더커버’

‘스무드’라는 표현은 이성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한 경우에도 쓴다. 직역하자면 버터처럼 부드럽고 본모습을 숨긴 범죄자처럼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짧은 여섯 단어는 영미권 음악팬들에게는 다른 차원으로 확장된다.

범죄자를 뜻하는 단어 ‘크리미널’은 뮤직비디오 중간에 멤버들이 범죄자처럼 머그샷 앞에 선 장면으로 이어진다. 앞에 설명한 ‘스무드’라는 단어와 붙으면 ‘스무드 크리미널’이라는 마이클 잭슨의 명곡 제목이 된다. 마이클 잭슨 역시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전작 ‘다이너마이트’ 활동 당시 마이클 잭슨에 대한 존경을 보여준 바 있다. 공식 뮤직비디오에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문워크’ 춤을 추는 모습을 넣고, 공연할 때 마이클 잭슨식의 의상과 안무로 특별 무대를 선보일 정도였다. 재치 있는 노랫말을 통해 전작의 감성을 이어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버터’는 전작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에 기대려 하는가? 그럴 리가!

빅히트뮤직 제공
빅히트뮤직 제공

‘다이너마이트’의 노랫말을 보자. 이렇게 시작한다.

코즈 아 아 아임 인 더 스타스 투나이트’

실제로 ‘다이너마이트’는 별처럼 반짝이는 멜로디와 음원 샘플로 가득하다. 뮤직비디오만 봐도 그렇다. 총천연색 색채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무대도 뭔가가 계속 팡팡 터지고 번쩍번쩍한다. 눈이 부시고 귀가 얼얼하다. 그렇다면 ‘버터’는? 정반대다. 버터처럼 부드럽다는 첫 가사처럼 눈과 귀를 편안하게 해준다. 일단 뮤직비디오는 아예 색깔을 뺀 흑백 화면으로 시작한다. 이미 뮤직비디오를 수십번 봤는데도, 아미의 상징색인 보라색과 버터의 색깔인 노란색을 빼면 다른 색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활동에서도 마찬가지. 무대 세트도 깔끔하고 의상도 단색 슈트나 심플한 캐주얼 위주여서 ‘다이너마이트’에 비하면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가사를 봤으니 곡을 분석해보자. 노랫말에서 마이클 잭슨과 어셔(중간에 등장한다)라는 미국 흑인음악의 전설들을 소환한 것처럼, 작곡의 측면에서는 대담하게도 영국 록의 전설 ‘퀸’을 소환했다. ‘다이너마이트’에서 돋보인 악기가 기타와 브라스(관악기)였다면 ‘버터’를 이끌어가는 악기는 베이스다.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베이스라인을 티저 영상에서 미리 선보였는데, 퀸의 히트곡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의 그 유명한 베이스라인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퀸은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올리며 소환에 응답했다. 이러다가 정말로 퀸과 협업해서 노래라도 내놓는다면? 상상만 해도 오감이 즐겁다.

솔직히 ‘다이너마이트’에서는 개인적으로 속상한 부분이 있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필자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인 슈가(민윤기)를 비롯한 래퍼 라인의 비중이 적었다. 이번에도 분량 자체는 변함없이 네마디지만, ‘다이너마이트’에서 노래에 묻히는 느낌의 가벼운 랩을 했다면, ‘버터’에선 조금 더 래퍼로서 개성이 드러나서 그나마 나았다. 멤버는 7명인데 한곡당 보통 3~4분이다 보니 노래 성격에 따라 각 멤버의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신곡이 나오면 슈가의 분량을 확인하는 소심한 ‘아미’가 바로 나다. 이런 아미가 나 말고 또 있을까?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민빠답’(민윤기에게 빠지면 답이 없다)은 진리다.

어쨌든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두 곡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마이클 잭슨뿐이다. 질감이 다른데도 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두 곡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걸까? 이 지점에 방탄소년단의 딜레마가 있다.(12일치 2부 ‘방탄소년단의 딜레마는’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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