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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코로나라서 가능했다, 뮤지컬계 신선한 모험

등록 2021-06-02 04:59수정 2021-06-02 08:49

무대에 관객석 둔 ‘그레이트 코멧’
공연계 우려와 달리 성황리 끝나
객석 점유율 80% 달해 희망의 씨

지난달 첫무대 올린 ‘태양의 노래’
오프라인 공연 때 온라인 생중계
“온라인 관객 70%” 국외 팬 유입

“코로나 시국에 이런 모험을?” 지난 30일 막을 내린 대형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국내 초연)을 만든 제작사 쇼노트 쪽은 두달 남짓한 공연 기간 내내 이런 얘기를 들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코로나19로 2020년 공연계 총매출(1732억원)이 전년에 견줘 44% 감소했고, 특히 뮤지컬 시장의 낙폭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기가 검증된 기존 작품이나 익숙한 형태의 작품을 올려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이 시국에 <그레이트 코멧>이라니?

<그레이트 코멧>은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 여러 동심원이 겹치는 구조의 무대를 설치하고, 동심원 사이사이에 ‘코멧석’이란 객석을 마련했다. 배우가 코멧석의 관객한테 말을 걸거나 바로 옆자리에 앉아 호흡을 유도하며 흥을 돋우는 게 원래 이 작품의 주요 재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런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은 1일 <한겨레>에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려고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옆자리에 앉는 등의 접점이 끊기는 바람에 동선과 연출 방식을 다 바꿨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공연 전체 기간 기준으로 객석 점유율(유·무료 포함)이 80%를 기록했다. 애초 기대했던 수치보다는 낮지만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이 모험은 코로나 시국을 ‘작품’으로 헤쳐나가고 싶다는 공연업계의 바람에 희망의 씨를 뿌렸다. 송 부사장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레이트 코멧>을 선보이고 싶었다. 본게임이라기보다는 코로나 이후 이 공연의 생명력에 비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후년 정도에 제대로 선보이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lt;그레이트 코멧&gt; 한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한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계의 이런 모험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5월1일부터 초연작 <태양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는 공연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오프라인 공연 전 회차를 온라인으로도 생중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는 1일 <한겨레>에 “일본에서 다양한 (뮤지컬) 제작을 할 때부터 실시간 송출을 통한 아시아 지역 영화관 라이브 뷰잉을 계획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영화관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송출까지 확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면 카메라뿐 아니라 무대 양옆에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과 촬영감독을 배치했다. 오프라인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설치해야 해 객석은 줄었지만, 다양한 화면 구성이 가능해졌다. 정면에서 보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기존 공연 중계와 달리 <태양의 노래> 온라인 생중계는 양쪽 사이드에서도 무대를 잡는다. 영화 쪽 스태프들이 팀을 이뤄 기획, 장비 선택, 콘티 준비, 촬영, 중계 등을 진행한다. 신스웨이브 쪽은 “협동 로봇은 무거운 물건을 안정적으로 다루면서도 무게는 타 제품 대비 절반 수준인 75㎏에 불과하다. 6개의 모든 축에 토크 센서를 탑재해, 공연장 내 구조 변경이나 시설 개조 없이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경근 영화감독은 “협동 로봇이 사람의 팔과 손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lt;태양의 노래&gt; 한 장면. 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한 장면. 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lt;태양의 노래&gt;를 촬영하는 로봇 카메라. 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를 촬영하는 로봇 카메라. 신스웨이브 제공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한국에 오지 못하는 국외 팬들의 유입도 늘었다. 신 대표는 “<태양의 노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관객이 비슷한 수치이고, 온라인 관객 중 외국인이 70% 정도”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좌석이 띄어 앉기 등으로 줄어든 오프라인 객석을 온라인으로 채우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태양의 노래> 온라인 생중계 결과는 다른 제작사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국내 공연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지금의 추이를 지켜봤을 때, 공연계가 정상화된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플랫폼 영상 저작권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지만, 이런 도전이 한국 창작 공연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만 제작해오던 이엠케이(EMK)도 서울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소극장 뮤지컬을 만든다. 이 같은 몇몇 뮤지컬 제작사의 색다른 시도가 코로나 시대의 돌파구가 될지 공연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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