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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SBS ‘요한, 씨돌, 용현’ 국제필름페스티벌 수상

등록 2021-05-04 21:07수정 2021-05-04 21:27

2019년 <에스비에스 스페셜>로 소개돼
늘 남 돕고 홀연히 사라져…“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lt;에스비에스 스페셜&gt;에서 ‘씨돌 선생’의 삶이 소개된 뒤 많은 이가 그를 응원했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씨돌 선생’의 삶이 소개된 뒤 많은 이가 그를 응원했다. 에스비에스 제공

2019년 6월께 방송한 <에스비에스 스페셜-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이 ‘54회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플래티넘을 수상했다. 1980~1990년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맺힌 현장마다 존재했던 용현의 삶을 조명한 작품으로 ‘참 인간’의 고결한 삶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한, 씨돌, 용현>에서 소개한 용현(본명)은 한평생 독재 타도를 외치며 권력의 폭압에 맞서 싸우고,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는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가 몸을 사리지 않은, 자연을 사랑하며 이웃을 섬겨온 ‘시대의 숨은 의인’이었다. 요한(세례명)으로 살다가 씨돌(자신이 지은 이름)로 살았고, 지금은 다시 용현으로 산다.

그는 2012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스비에스)에서 강원도 정선 봉화치 마을에서 사는 ‘자연인 김씨돌’로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다. 땅바닥에 누워 벌거벗은 배에 모이를 올려놓고 참새를 부르는 ‘괴짜’로 비쳤지만, <에스비에스 스페셜>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요한이란 이름의 그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의 행적은 고스란히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한 단면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거리에서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고, 당시 군대에서 숨진 정연관 상병이 정치적 이유로 구타당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로 뛰어 밝혀냈다. 1990년대 말에는 영월 동강댐 반대 운동에 앞장섰고, 2013년엔 삼척 핵발전소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등 그의 행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숱한 흔적을 남겼다. 사건이 해결되면 늘 홀연히 사라졌던 그를 잊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나도 용현한테 도움을 받았다”는 제보가 쏟아져 추가 방송을 2회 더 내보냈다.

&lt;에스비에스(SBS) 스페셜&gt;을 통해 오랜 선행이 알려졌던 요한, 씨돌, 김용현씨(왼쪽)가 지난해 한 병원에서 이큰별 에스비에스 피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t;한겨레&gt; 자료 사진
<에스비에스(SBS) 스페셜>을 통해 오랜 선행이 알려졌던 요한, 씨돌, 김용현씨(왼쪽)가 지난해 한 병원에서 이큰별 에스비에스 피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용현씨는 1987년 12월 군 의문사 사건으로 숨진 정연관 상병의 죽음을 밝히는 일에도 앞장섰다. 2004년 7월1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이소선 여사(왼쪽부터)와 정씨의 형 정연복씨, 어머니 임분이씨가 김용현씨에게서 정 상병 관련 증언 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t;한겨레&gt; 자료 사진
김용현씨는 1987년 12월 군 의문사 사건으로 숨진 정연관 상병의 죽음을 밝히는 일에도 앞장섰다. 2004년 7월1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이소선 여사(왼쪽부터)와 정씨의 형 정연복씨, 어머니 임분이씨가 김용현씨에게서 정 상병 관련 증언 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에스비에스 스페셜> 제작진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오른쪽 몸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동반돼 돌보는 가족도 없이 한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당시 고문과 폭행을 당해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는 봉화치 마을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던 것. 그 상황은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겼다. 담당 피디인 이큰별 피디의 질문과 그의 답도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왜 모든 것을 내던졌냐,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살았느냐?” 그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답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lt;에스비에스(SBS) 스페셜&gt;을 통해 오랜 선행이 알려졌던 요한, 씨돌, 김용현씨. &lt;한겨레&gt; 자료 사진
<에스비에스(SBS) 스페셜>을 통해 오랜 선행이 알려졌던 요한, 씨돌, 김용현씨. <한겨레> 자료 사진

방송 후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후원금이 답지했다. 현재 그는 한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다.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은 뉴욕, 반프 티브이 페스티벌과 함께 북미 최대의 티브이 전문 페스티벌 중 하나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속칭 ‘레미상'(Remi Awards)이라고 불린다. 북미에서 ‘에미상’, ‘토니상’과 더불어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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