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기생충>이었다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노매드랜드>였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클로이 자오),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살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하면서 남편마저 잃은 중년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이 홀로 밴을 타고 ‘노매드’(방랑자)의 삶에 나서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제작과 주연을 맡았고, 실제 ‘노매드’들이 영화에 출연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는 여성으로선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이후 역대 두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에게 돌아갔다. 올해 84살로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수상자다. 1992년 <양들의 침묵>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무려 29년 만에 같은 상을 또 받게 됐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숨진 채드윅 보즈먼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이전까지 여러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으나, 아카데미에선 수상하지 못했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컬루야. 연합뉴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컬루야가 차지했다. 미국 흑표당 암살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에서 그는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 투쟁을 이끄는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했다. 컬루야는 수상 소감에서 “흑인 공동체의 단합의 힘, 연합의 힘을 배웠다. 너무 감사하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한 사람이 다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저는 다시 일하러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연기상 4개 중 절반을 아시아계 배우(윤여정, 대니얼 컬루야)가 받았다. 지난해 연기상을 모두 백인 배우가 받은 데 견주면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쓴 데 이어, 올해 클로이 자오 감독과 윤여정이 수상했다는 결과도 아시아 영화인들의 약진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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