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인 1995년 11월19일 저녁, 김성재씨가 처음이자 마지막 데뷔무대를 마치고 방송 인터뷰 중 웃고 있다. 유족 제공
인기그룹 ‘듀스’의 전 멤버였던 고 김성재씨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유족과 팬들이 조촐한 추모식을 가졌다. 성공적인 솔로 데뷔 다음 날 숙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그의 죽음은,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의 미제사건’으로 불리며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김씨의 유족들은 “김성재의 생일(4월18일)을 맞아 지난 18일 경기 성남 메모리얼파크의 추모비에서 생일파티 겸 추모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추모식에는 김씨의 어머니인 육미승씨와 팬들이 참석했다. 유족과 팬들은 추모비 앞 제단에 김씨의 마지막 무대 의상으로 만든 피규어와 꽃다발, 맥주 등을 놓고 그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식에는 김성재의 유작 앨범에 담겨 있는 ‘너의 생일’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육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는 슬픔을 잠시 잊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재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왔다. 날도 좋고 햇살도 따뜻해서 좋았다. 함께 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1972년생인 김씨는 살아있다면 올해로 지천명이 된다.
18일, 김성재의 어머니 육미승씨가 경기 성남 메모리얼 파크에 있는 김씨의 추모비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유족 제공
김씨는 성공적인 솔로 데뷔 무대를 마친 다음 날인 1995년 11월20일, 숙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의 시신에서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나왔고 주검에선 동물마취제인 ‘졸레틸’과 극약인 ‘황산마그네슘’이 검출됐다. 김씨의 여자친구 ㄱ씨가 자신이 단골로 이용하던 동물병원에서 졸레틸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당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치사량과 사망 추정시각이 흔들리면서 2심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고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지금까지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김씨의 여자친구 ㄱ씨가 자신을 김씨의 살해 용의자인 것처럼 말했다며 약물분석 전문가 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졸레틸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마약이 아니라거나 독극물이라고 언급한 것을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ㅈ씨 발언에 허위로 볼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객관적 자료에 기초에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ㅈ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김성재 변사사건을 다룬 실화 르포가 지난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한겨레21>에 연재돼 당시 초동수사 부실과 검시제도의 문제점, 공판과정의 논란을 깊이 있게 다룬 바 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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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 성남 메모리얼 파크에 있는 김씨의 추모비 앞에서 팬들이 김씨의 명복을 빌고 있다. 유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