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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궁합을 봤더니, ‘엄마와 아들’이라는데…

등록 2021-04-17 11:18수정 2021-04-17 11:19

[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12. 궁합의 세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곧 결혼을 앞둔 내가 연애 시절을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일이 있다. 교제를 시작한 초반, 여느 커플처럼 갈등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애인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궁합을 보러 갔다. 그가 태어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대략 아침이라고만 들었던 터였다. 그와의 갈등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명리학에 물어보고 싶었다. 당시 한참 명리학 공부에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지혜를 구하고자, 한 곳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 선생은 우리의 궁합을 보고 “두 분이 결혼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두 사람이 천생연분까지는 아니어도 한명은 목화토(木火土) 기운이 강하고, 다른 한명은 금(金)과 수(水)의 기운이 강해 음양오행적으로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관계”이니 좋은 인연이라고 했다.

그 시절 애인과 주로 다투던 소재는 취미생활이었다. 연애 초반인데 상대방이 나와의 만남보다 자신의 취미에 몰두해 있는 게 영 마땅치가 않았다. 선생에게 이 고민을 털어놨더니, 그의 취미를 존중해야 만남이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생은 애인의 사주를 보고 “이분 취미생활 간섭하면 두 분은 인연이 되기 힘들 것 같네요”라고 했다. 자신의 기호가 중요한 성품이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선호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날 이후 애인의 취미생활은 더 이상 갈등 요인이 되지 않았다. 타고난 성품이 그렇다니 어쩌겠나, 그저 열심히 하라고 북돋아주었다.

1년을 만나 서로 알 만큼 알 때 다시 한번 궁합을 봤다. 두번째로 찾아간 곳에선 우리 둘의 사주를 보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 “엄마와 아들 같네요.” 나의 일간(사주 여덟 글자 중 자신을 나타내는 글자)은 무토(戊土), 애인의 일간은 신금(辛金)인데, 토생금(土生金) 하여 토인 내가 금인 상대방을 생(生)해주는 관계라는 것이다. 더욱이 나의 사주팔자 중 배우자 자리(일주의 지지)에 식신(食神)이 있는 모양새를 봐도 아들 같은 배우자를 두게 될 운명이라고 했다. 여성에게 식신은 가족관계로 치면 자식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된다면, 나는 아들을 먹이고 입히는 엄마처럼 된다고나 할까. 선생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1년 운세를 본 뒤 “두 분 모두 올해 겨울에 만나는 분과 인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해 겨울을 넘기도록 우리는 계속 만났으니 인연이긴 한가 보다.

세번째로 궁합을 봤을 땐 이미 결혼 약속을 한 이후였다. 과연 이 사람일까 하는 탐색도 끝났고 만난 기간도 길어져 서로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생긴 뒤였다. 그런데… 세번째로 찾아간 곳에서 선생은 내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우리들끼리는 결혼하기로 한 사이인데 아니 대체 왜? 선생의 명리학적 조언은 구구절절 이해가 갔지만 결혼 약속을 깰 수는 없었다.(하하)

궁합이 이러나 저러나 나는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옛날 사람들은 대부분 궁합을 따져보고 좋다는 사람끼리 결혼을 했을 텐데 왜 불행한 이들이 많은 걸까. 궁합이 아무리 좋다고 하는 부부도 살다 보면 우여곡절이 있고, 좋은 때와 덜 좋은 때를 겪을 것이다. 미지의 길을 가는 우리에게 궁합 상담은 좋은 인연이란 무엇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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