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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주가 같으면 똑같은 인생 사나요?

등록 2021-03-20 12:40수정 2021-03-20 12:42

[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11. 사주 쌍둥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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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주를 봤다. 독자들은 무슨 사주를 그렇게 맨날 보러 다니냐고 하겠지만, 연초가 되면 나의 한 해 운수가 밑도 끝도 없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사주 덕후’인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사주팔자 속 비밀의 끝(?)을 아는 그날까지 누가 뭐래도 난 사주를 계속 볼 거다.

최근에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생과 오랜 대기 끝에 통화가 됐다. 방송가에서 연예인을 비롯해 유명 인사의 사주를 보는 선생이기에 늘 바쁜 분이었다. 드디어 이분께 사주를 보는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떨리는 마음으로 내 생년월일시를 말했다. 한데, 순간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다. 내 생년월일시를 받아 사주팔자를 뽑아 본 선생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 아닌가.

“티브이에 나오는 ○○○씨 아시죠? 두 분, 사주가 같아요. ‘사주 쌍둥이’예요.” 요즘은 상담하기 쉽게 만세력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사주 여덟 글자로 변환되어 나오는데, 기존에 입력한 팔자와 같은 팔자가 입력되자 프로그램이 알려준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알게 된 정보에 선생도 당황하고 나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사주가 그 유명한 연예인과 같다고? 이럴 수가.

똑같은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은 같은 인생을 사는지, 명리학에서 정답을 찾지 못한 단골 질문이다. 사주명리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신하는 사람들은 사주가 같아도 천차만별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사주풀이가 의미 없다고 말한다. 사주 여덟 글자가 같은 쌍둥이는 왜 다른 인생을 사는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에선, 사주가 같으면 처한 환경은 달라도 비슷한 인생행로를 걷게 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그 오랜 질문을 검증할 수 있는 한 케이스로 내가 그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심상치 않은 정보에 나의 명리학 공부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맞이했다. 나와 사주가 같다는 그 유명 연예인을 티브이에서 볼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주라도 한 사람은 연예인으로, 한 사람은 직장인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사주팔자로 적어도 자신이 본래 갖고 태어난 재능과 성격, 일하는 분야나 인간관계 성향, 잠재력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처참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와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은 비슷한 직종도 아니었으며, 티브이에서 보이는 성격도 나와 비슷한 구석이 없어 보였다. 내가 열정을 갖고 공부해온 명리학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주 쌍둥이’ 이야기를 들은 내가 사주팔자 다 의미 없는 것 같다고 따졌더니, 선생은 오랜 시간 사주상담을 직업으로 해온 사람으로서 현명한 답을 내주셨다. 사주도 사람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생물학적인 유전자, 어린 시절 가정 환경, 교육 여건 등 모든 것이 종합되어 한 명의 성인으로 완성되기에 현대사회에선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같은 생년월일시에 태어났더라도 한 명은 부유한 환경에서, 한 명은 생계를 잇기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두 사람의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주는 인간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중 그저 참고삼을 한 가지일 뿐, ‘사주 만능주의’는 위험하다고 선생은 조언했다.

간혹 사주로 모든 걸 판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주를 맹신한 나머지, 아들의 여자친구 사주를 보고서 결혼을 결사반대했다는 엄마 이야기가 떠돈다. 지원자의 사주를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했다는 기업체 사장의 오싹한 이야기도 있다. 옛날에야 음양오행이 한 인간의 생애에 미치는 영향이 컸을지 몰라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선 사주팔자로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오늘도 티브이에서 나와 같은 사주팔자로 살고 있는 화려한 모습의 그 연예인을 보며, 내 인생도 좀 더 잘나가기를 기도해본다.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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