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네 라카톤과 장 필리프 바살. 프리츠커 재단 제공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프랑스 남녀 건축가 듀오인 안느 라카톤(65)과 장 필리프 바살(67)이 뽑혔다.
1979년 상을 제정한 이래 시상을 후원해온 미국 하얏트 재단 톰 프리츠커 회장은 16일 밤(한국시각) 두 건축가를 2021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타피 하우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네 라카톤과 장 필리프 바살이 93년 만든 대표작이다. 투명 패널과 온실 기술을 이용해 거주 생활 공간의 면적과 기능을 확충한 것이 특징이다.
라카톤과 바살은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회적 건축의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축가들이다. 학창시절 함께 건축을 공부한 인연으로 1970년대 후반 공동사무소를 차린 이래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주거용 건물과 공공적 시설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주력해왔다. ‘기존 건물을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투명 합성수지 패널과 온실 기술 등을 이용해 낡은 공공건축물이나 주택 등 거주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넓히고, 기능을 새롭게 접속·확대하는 작업들이 두 작가의 건축 이력을 특징짓는 요소다. 이런 기술로 새 구조물을 만들거나 연결하고 생태 발코니를 창안하는 등의 독창적 프로젝트를 지속하면서 시민 아파트와 문화예술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창의적인 방식들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네 라카톤과 장 필리프 바살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다목적 극장. 프리츠커 재단 제공
대표작 중 하나인 프랑스 플로라크의 라타피 하우스(Latapie House·1993년)는 자연광이 주택 전체를 비추는 온실형 패널 설치 기술을 적용해 거실과 주방의 실내 영역이 정원과 함께 확장된 거주 공간을 구현한 혁신적 개념을 선보인 작품이다. 2012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 중 하나인 팔레드 도쿄에서 동굴 같은 얼개의 지하 전시공간을 새로 만들면서 전시 면적을 6000여평 넘게 확충한 프로젝트도 주요 작업 성과로 거론된다. 2017년에는 보르도의 헌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500여 가구의 입주민을 퇴거시키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자 발표와 함께 내놓은 평가서에서 “두 작가는 생태적 위기 상황을 맞은 지금 시대 상황에 대응해 모더니즘의 유산을 새롭게 갱신하는 건축적 접근법을 정의했을 뿐 아니라 투명하고 강력한 공간감과 재료의 감각을 통해 이를 성취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프리츠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