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센터
아홉차례 대담 정리 ‘한국…’
한국 연대중심 가능성 타진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가 ‘유행’이다. 학계의 최신 흐름을 상징하는 담론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주로 북핵 문제, 중·일의 패권경쟁 등이 얽힌 이 지역에서 평화공존을 모색하려는 지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는 정치적으로 ‘오염’된 개념이기도 하다. 일제의 대동아공영론은 식민지 침략의 외피에 불과했고, 동아시아 각 나라의 전후 개발독재를 합리화하려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론’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 이런 동아시아 담론의 ‘남용 또는 오용’은 동아시아 평화공존으로 향하는 일체의 노력 앞에 입을 벌린 ‘크레바스’다. <한국, 아시아 시민사회를 말하다>(도서출판 아르케)는 동아시아를 둘러싼 이런 균열과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다. 책 제목이 말하듯이 그 축은 시민사회다.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전횡에 휘둘리지 않는 각 나라 시민사회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이룰 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아시아적 가치는 “아시아적 예외주의 대신에 시민사회 수준에서의 수평적 네트워크로부터 산출된 도덕적 자원을 기초로 한 것”이며 “질서·성장·안보 등 개발독재를 지지해온 그간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보편적 인권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이다.(박은홍 성공회대 교수) 모두 8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가 지난해 아홉차례에 걸쳐 진행한 기획대담을 다시 정리한 결과다. △북한의 변화와 동북아시아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를 여러 국내외 학자와 시민활동가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드러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중·일의 ‘시민사회 연대’ 가능성에 대한 대목이다. 거칠게 보자면, 일본의 시민사회는 노쇠와 관성의 길로 접어들면서 연대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중국의 시민사회는 그 존재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가·민족주의에 경도돼 이웃 나라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봉쇄당했다. 20세기 초중반, 세나라를 넘나들며 제국주의·국가주의에 맞섰던 저항운동의 연대를 재현하는 것은 아득한 일처럼 보일 정도다. 책을 엮은 이들은 그러나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여러 맥락에서 연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강한 국가-강한 시민사회의 이념형”을 갖춘 한국은 민족주의·국가주의 등에 압도당한 중국과 거대담론을 포기하고 일상에 매몰된 일본을 동시에 ‘견인’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토론자들의 중론이다.
그 이념적 지향은 인권과 평화다. 조효제 교수(성공회대)는 ‘인권 레짐’ ‘평화 레짐’을 개념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제국주의 침탈의 경험과 민주화 문제로 인해 평화와 인권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욕구가 높은 만큼, “평화와 인권의 사상이 21세기 아시아 연대를 추구하는 데 강력한 잠재력”이라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아홉차례 대담 정리 ‘한국…’
한국 연대중심 가능성 타진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가 ‘유행’이다. 학계의 최신 흐름을 상징하는 담론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주로 북핵 문제, 중·일의 패권경쟁 등이 얽힌 이 지역에서 평화공존을 모색하려는 지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는 정치적으로 ‘오염’된 개념이기도 하다. 일제의 대동아공영론은 식민지 침략의 외피에 불과했고, 동아시아 각 나라의 전후 개발독재를 합리화하려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론’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 이런 동아시아 담론의 ‘남용 또는 오용’은 동아시아 평화공존으로 향하는 일체의 노력 앞에 입을 벌린 ‘크레바스’다. <한국, 아시아 시민사회를 말하다>(도서출판 아르케)는 동아시아를 둘러싼 이런 균열과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다. 책 제목이 말하듯이 그 축은 시민사회다.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전횡에 휘둘리지 않는 각 나라 시민사회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이룰 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아시아적 가치는 “아시아적 예외주의 대신에 시민사회 수준에서의 수평적 네트워크로부터 산출된 도덕적 자원을 기초로 한 것”이며 “질서·성장·안보 등 개발독재를 지지해온 그간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보편적 인권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이다.(박은홍 성공회대 교수) 모두 8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가 지난해 아홉차례에 걸쳐 진행한 기획대담을 다시 정리한 결과다. △북한의 변화와 동북아시아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를 여러 국내외 학자와 시민활동가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드러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중·일의 ‘시민사회 연대’ 가능성에 대한 대목이다. 거칠게 보자면, 일본의 시민사회는 노쇠와 관성의 길로 접어들면서 연대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중국의 시민사회는 그 존재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가·민족주의에 경도돼 이웃 나라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봉쇄당했다. 20세기 초중반, 세나라를 넘나들며 제국주의·국가주의에 맞섰던 저항운동의 연대를 재현하는 것은 아득한 일처럼 보일 정도다. 책을 엮은 이들은 그러나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여러 맥락에서 연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강한 국가-강한 시민사회의 이념형”을 갖춘 한국은 민족주의·국가주의 등에 압도당한 중국과 거대담론을 포기하고 일상에 매몰된 일본을 동시에 ‘견인’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토론자들의 중론이다.
그 이념적 지향은 인권과 평화다. 조효제 교수(성공회대)는 ‘인권 레짐’ ‘평화 레짐’을 개념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제국주의 침탈의 경험과 민주화 문제로 인해 평화와 인권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욕구가 높은 만큼, “평화와 인권의 사상이 21세기 아시아 연대를 추구하는 데 강력한 잠재력”이라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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