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위기의 영화, 지금 반전 타이밍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진 위원장

등록 2021-02-19 04:59수정 2021-02-19 08:17

김영진 영진위원장 “영화에 대한 개념 바꿔 OTT 등 다른 플랫폼 포괄해야”
[코로나로 영화계 초토화 속 취임 한달]

“극장 좋은 작품 수급하려 노력하고
배급사도 개봉 미룬 대작들 풀어야
영진위, 할인·배급 지원 등 최선

투자 비해 국가브랜드 효과 커
기금 확충할 영비법 개정 나설 것
독립영화관 늘려려 관객 접근 쉽게”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꽃 피는 봄이 가기 전에 반드시 극장가에 반전 타이밍을 마련해야 합니다. 안 되면 90%를 극장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산업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올 겁니다.”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다.

“영화관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안전해요. 문제는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극장은 관객들을 불러모을 영화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배급사도 개봉을 미뤄온 대작을 풀어야 합니다. 영진위도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영화관 할인권, 배급사 지원책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영진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달 12일 호선을 통해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영화주간지 <씨네21> 기자,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명지대 예술학부 영화전공 교수 등 다양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영화계 각 분야의 긴급지원사업을 조율하고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기획위원장으로 새 영화정책 수립을 주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변화한 영화계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극장 개봉용 영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로 직행하고, 사람들이 집에서 영화 보는 데 익숙해진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영화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장에서 보는 원체험으로서의 영화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오티티 등 다른 플랫폼의 영화도 포괄해야 해요. 극장 밖으로 나오면 시간의 제약이 사라집니다. 대하소설 같은 시리즈물로 확장할 수 있는 거죠.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스위트홈>을 보면 영화의 호흡이 있어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름을 ‘영상진흥위원회’로 바꿔서라도 이런 콘텐츠에 대응해야 합니다.”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는 정부 지원책에서 영화계가 후순위로 밀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영화산업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뒤로 밀리고 있지만, 거꾸로 보면 한정된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예요. 1999년 영진위 설립과 함께 2000억원을 투자해 이만큼 국가 브랜드를 높인 분야가 또 있나요? 한국 영화가 칸과 아카데미 상을 받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지금 예산을 투입하면 앞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는 예산 마련과 관련해 “극장에 부과하는 영화발전기금을 오티티에도 부과하는 등 다양한 재원 확충을 위해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관심이 많다. “수백만 관객이 드는 대작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영화를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유통·배급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문 닫는 극장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선별해서 예산을 지원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다양한 영화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당장은 지난해부터 꾸려온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11월 ‘현안 인식 포럼’을 연 데 이어, 오는 23~26일 ‘정책 과제 포럼’을 연다. 영화의 사회적 가치 확산, 영화산업 참여자 확대 및 보호, 영화산업 역량 및 기반 강화, 영화 유통환경의 변화 대응 등 영화계 전 분야에 걸친 주제를 총망라해 다룬다. 70여명의 발제·토론자, 45명의 기획위원, 201명의 정책 패널이 온·오프라인으로 의견을 나누며, 누구나 영진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토론과 연구 결과를 모아 4월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대책을 넘어 왜 판을 크게 벌이냐고 놀라는 분도 있어요. 코로나19 같은 큰 위기가 닥치면 안에서 곪아 터진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죠.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0년의 정점을 찍는 순간까지 오면서, 그 이면에 곪은 상처를 되돌아보고 치유해야 다음 100년을 준비할 수 있어요. 영진위가 영화계 여러 이슈를 정리하고 장기 대책의 방향을 잘 잡아 한국 영화계의 기초체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3일까지다. 위원장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기존 위원으로서의 임기(2년)가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임기 안에 영화발전기금을 확충하는 영비법 개정의 초석을 놓고 싶고요. 또 앞으로 5~10년간 이어갈 영진위의 새 정책 패러다임을 시험 가동하고 장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내가 떠난 뒤에도 남을 영진위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지금 시스템 교정을 잘하면 우리 영화계가 코로나라는 센 펀치를 맞고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