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영진위원장 “영화에 대한 개념 바꿔 OTT 등 다른 플랫폼 포괄해야”
[코로나로 영화계 초토화 속 취임 한달]
“극장 좋은 작품 수급하려 노력하고
배급사도 개봉 미룬 대작들 풀어야
영진위, 할인·배급 지원 등 최선
투자 비해 국가브랜드 효과 커
기금 확충할 영비법 개정 나설 것
독립영화관 늘려려 관객 접근 쉽게”
[코로나로 영화계 초토화 속 취임 한달]
“극장 좋은 작품 수급하려 노력하고
배급사도 개봉 미룬 대작들 풀어야
영진위, 할인·배급 지원 등 최선
투자 비해 국가브랜드 효과 커
기금 확충할 영비법 개정 나설 것
독립영화관 늘려려 관객 접근 쉽게”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꽃 피는 봄이 가기 전에 반드시 극장가에 반전 타이밍을 마련해야 합니다. 안 되면 90%를 극장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산업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올 겁니다.”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다. “영화관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안전해요. 문제는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극장은 관객들을 불러모을 영화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배급사도 개봉을 미뤄온 대작을 풀어야 합니다. 영진위도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영화관 할인권, 배급사 지원책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영진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달 12일 호선을 통해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영화주간지 <씨네21> 기자,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명지대 예술학부 영화전공 교수 등 다양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영화계 각 분야의 긴급지원사업을 조율하고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기획위원장으로 새 영화정책 수립을 주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변화한 영화계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극장 개봉용 영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로 직행하고, 사람들이 집에서 영화 보는 데 익숙해진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영화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장에서 보는 원체험으로서의 영화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오티티 등 다른 플랫폼의 영화도 포괄해야 해요. 극장 밖으로 나오면 시간의 제약이 사라집니다. 대하소설 같은 시리즈물로 확장할 수 있는 거죠.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스위트홈>을 보면 영화의 호흡이 있어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름을 ‘영상진흥위원회’로 바꿔서라도 이런 콘텐츠에 대응해야 합니다.”

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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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대책을 넘어 왜 판을 크게 벌이냐고 놀라는 분도 있어요. 코로나19 같은 큰 위기가 닥치면 안에서 곪아 터진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죠.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0년의 정점을 찍는 순간까지 오면서, 그 이면에 곪은 상처를 되돌아보고 치유해야 다음 100년을 준비할 수 있어요. 영진위가 영화계 여러 이슈를 정리하고 장기 대책의 방향을 잘 잡아 한국 영화계의 기초체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3일까지다. 위원장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기존 위원으로서의 임기(2년)가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임기 안에 영화발전기금을 확충하는 영비법 개정의 초석을 놓고 싶고요. 또 앞으로 5~10년간 이어갈 영진위의 새 정책 패러다임을 시험 가동하고 장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내가 떠난 뒤에도 남을 영진위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지금 시스템 교정을 잘하면 우리 영화계가 코로나라는 센 펀치를 맞고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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