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명절마다 ‘파일럿 경연’…정규편성 향한 피땀눈물

등록 2021-02-14 19:09수정 2021-02-15 02:42

코로나19로 신선한 포맷 줄어들고
명절용 ‘단발성 쇼’ 늘었지만
정규 편성 쇼케이스 역할은 여전
‘골 때리는…’ ‘…핸드메이드’ 등
이번 설 연휴 시청자 눈길 끌어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한국방송 제공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한국방송 제공

명절만 되면 티브이에서는 또 하나의 경연이 펼쳐진다. 정규 편성을 놓고 벌이는 ‘맛보기’(파일럿) 예능들의 자리싸움이다. 예능국은 특집이 많은 명절에 다양한 기획을 선보인 뒤 반응 좋은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해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2), <미운 우리 새끼>(에스비에스), <구해줘 홈즈>(문화방송) 등 인기 예능은 대부분 ‘명절 경연’을 거쳤다.

명절 민심을 잡으려고 피디들은 심혈을 기울인다. 연휴 3~4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평소 해보고 싶었거나 정규 편성이 확정됐지만 화제성을 위해서, 혹은 정규로 내놓기는 모호할 때 반응을 보려고 만들기도 한다. 한 케이블 채널 예능 피디는 “좋은 작가, 진행자를 선점하려는 캐스팅 싸움부터 타사에서는 뭘 만드는지, 비슷한 포맷이 있는지 등도 살핀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사끼리 비슷한 콘셉트로 경쟁도 한다. <에스비에스>는 2017년 설에 예능국에서 만든 비슷한 콘셉트의 음악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와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를 모두 편성했다. 한 피디가 기획안 3~4를 내기도 한다.

이젠 지상파에서도 수시로 맛보기를 선보이는데다가, 코로나19로 소재 제약까지 겹쳐, 올해 설 예능은 신선함이 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외, 비연예인, 여행 등 불가능한 것이 많아 실험적인 기획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트로트, 스포츠 등 요즘 사랑받는 포맷을 차용한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은 정규로 가는 중요한 기회의 장이라고 피디들은 입을 모은다.

&lt;골 때리는 그녀들&gt;. 에스비에스 제공
<골 때리는 그녀들>. 에스비에스 제공

정규 편성의 중요한 잣대는 시청률이다. 연휴 동안 가장 많은 이들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에서 대중성을 검증했다고 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2013년 추석에 선보인 맛보기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고 그해 정규 편성됐다. 올해 설에는 지난 11·12일 방송한 <골 때리는 그녀들>(에스비에스)이 시청률 4.8%-8.4%, 6%-10.2%(닐슨코리아 집계)로 성적이 좋다. 또 다른 케이블 예능 피디는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스포츠, 도전 속 성장의 감동 등 요즘 예능의 성공 키워드를 죄다 섞은 느낌이지만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 여성의 도전이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여부도 시청률만큼 중요하다. 단발성으로는 재미있어도 반복해서 볼 경우 지루해질 수 있어서 혜안이 필요하다. 2016년 설 특집으로 선보인 <미래일기>(문화방송)는 당시 7.8%로 화제를 모으며 그해 9월 정규 편성됐지만 8회 내내 시청률이 1~2%에 그쳤다. 연예인들이 노인 분장을 하고 미래를 간접 체험한다는 발상은 신선했지만, 출연자가 바뀌어도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뻔하다는 점이 한계였다. 올해 설 프로그램 중에는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를 다룬 <류수영의 동물티비>(한국방송2)가 시청률(4.7%)보다 호감도가 높지만, 비슷한 동물 예능과 차별성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고민의 지점으로 보인다. 한 지상파 예능 피디는 “정규 프로그램은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포맷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시즌제가 유행이어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장수 프로그램을 빚어내는 게 화제성이나 광고 등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lt;류수영의 동물티비&gt;. 한국방송 제공
<류수영의 동물티비>. 한국방송 제공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공감대와 보편성도 갖춰야 한다. 유해진 진행으로 14일 시작한 2부작 <아날로그 라이프―핸드메이드>(한국방송1)도 잔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삼시세끼>(티브이엔)처럼 지친 일상의 마음을 보듬고 싶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듯하다.

맛보기 프로그램도 물밑 작전이 필요하다.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면 그때부터는 누가 더 발 빠르게 뛰느냐의 싸움이다. 다양한 근거 자료를 찾아 ‘우리 프로가 정규 편성이 돼야 하는 이유’를 피력하거나, 광고국 등 다른 부서를 설득하기도 한다. 홍보 전쟁도 시작된다. 한 외주 대행사 관계자는 “평소 친분 있는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며 여론전도 펼친다”고 말했다.

&lt;쓰리박&gt;. 문화방송 제공
<쓰리박>. 문화방송 제공

방송사만의 리그는 아니다. 연예인들도 상황 파악에 나선다. 방송사마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비슷한 시기에 녹화하다 보니 여러 프로그램에서 섭외를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럴 경우, 어떤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큰지 판단해서 출연을 결정한다고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유해진(핸드메이드)과, 박찬호·박세리·박지성(<쓰리박>, 문화방송 14일 방송) 등 이번 설 예능은 비교적 신선한 출연진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설에 선보인 맛보기 예능 중 새로운 포맷은 5편 남짓이다. 이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이 우리와 꾸준히 만나게 될까. 정규 편성되지 않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마시길. 별수 없이 ‘집콕’을 선택한 시청자들은 ‘맛보기 예능’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