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설 연휴에도 <소울>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하 <귀멸의 칼날>) 두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선두권을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움츠러든 극장가는 이전 주말 관객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설 연휴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디즈니·픽사 신작 <소울>이 전날 7만8588명의 관객을 모으며 1위를 차지했다. 설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소울>이 전날까지 모은 누적 관객수는 149만9969명으로, 이날 오전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가운데 “픽사 애니의 정점”이라는 호평까지 나올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울>의 독주 체제가 개봉 4주차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다음으로 일본 애니 <귀멸의 칼날>이 전날 3만1915명을 모으며 2위에 올랐다. 전날까지 누적 관객수는 59만367명이다. <귀멸의 칼날>은 설 당일인 12일 한국 영화 <새해전야>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왔으나, 다음날 다시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19년 동안 정상을 지켰던 지브리 애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귀멸의 칼날>은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엔 메가박스에서만 단독 개봉해 열혈 애호가 위주로 바람몰이를 했지만, 개봉 2주차부터 씨지브이(CGV)·롯데시네마 등으로 확대 개봉하고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층을 넓혀나가고 있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3위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 할 만한 옴니버스 영화 <새해전야>다. 개봉 첫날인 10일 박스오피스 2위로 등장한 이후 <귀멸의 칼날>과 2~3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애초 지난해 말 개봉하려다 이번 설 연휴로 개봉일을 연기했지만, 김강우·유인나·유연석·이연희·이동휘·염혜란·유태오·최수영 등 화려한 출연진에 따른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개봉 이후 나흘간 누적 관객수는 10만3565명이다. 같은 날 개봉한 김향기·류현경 주연 영화 <아이>도 밀라 요보비치 주연 액션 영화 <몬스터 헌터>(4위), 포디엑스(4DX)로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5위)에 뒤진 6위에 그치며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설 연휴 첫 사흘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수를 보면, 11일 16만7137명, 12일 16만7861명, 13일 19만7638명이다. 직전 주말인 6일 17만9110명과 7일 16만2175명에 견주면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설 연휴라 해서 더 많은 관객이 들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예년 같으면 설 연휴를 겨냥한 대작 영화들이 쏟아져나와 관객몰이를 했겠지만, 올해는 <서복> <영웅>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기대작들이 계속 개봉을 미루고 있어 ‘설 연휴 특수’라는 말 자체가 실종됐다.
지난해 설 연휴 때와 비교하면 더욱 참혹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월24~27일 설 연휴 나흘간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494만8070명이었다. 올해 설 연휴 첫 사흘간 관객수는 53만2636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첫 사흘간 관객수 371만9522명에 견주면 14% 수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관객수가 그 이전 해 추석 연휴 관객수의 30% 수준에 그쳤던 것보다 더 쪼그라든 수치다. 새로 개봉한 대작이 없는데다 지난해 말부터 영화관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한 조처가 줄곧 이어져온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계에선 15일부터 극장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보면, 영화관에 대한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은 15일부터 해제된다. 멀티플렉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마지막 상영 회차가 늦어도 오후 7시에는 시작해야 해서 직장인들이 평일에 영화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제한이 사라진 만큼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개봉을 미뤄왔던 영화들도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