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코로나19 사태 탓에 가족모임조차 쉽지 않은 이번 설 연휴, 그럴수록 고향의 부모님이 더욱 그립고, 타지의 자식이나 형제자매가 더 눈에 밟히는 법이다. 이럴 땐 가족의 따뜻한 정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작품들이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 간만에 극장 나들이 가볼까
코로나19 사태로 움츠러들었던 극장가가 최근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두 애니메이션의 관객몰이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기에 이번 설 연휴와 어울리는 따뜻한 영화들이 가세한다.
<새해전야>(10일 개봉)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 할 만한 옴니버스 영화다. 이혼의 아픔을 공유하는 커플, 고용불안과 번아웃 증후군에 흔들리는 청춘 커플, 장애에 대한 편견에 상처받는 커플 등이 아픔과 갈등을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국제결혼을 앞둔 용찬(이동휘)과 중국인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예비 시누이 용미(염혜란)의 에피소드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아이>(10일 개봉)는 대학교 아동학과 졸업반이자 보육원 퇴소 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이 유흥업소에 나가는 싱글맘 영채(류현경)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결핍을 지니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처음엔 경계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엔 서로 연대해 대안 가족의 형태로 나아가는 대목은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김향기·류현경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탄탄하며, 유흥업소 사장 미자를 연기한 염혜란도 인상적인 존재감으로 영화에 온기를 더한다.
할머니에 대한 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도 있다. <페어웰>(상영 중)은 가족들의 따뜻한 거짓말에 관한 영화다.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친척의 거짓 결혼식을 꾸며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러 모이는 가족들의 사연을 담았다.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 빌리를 연기한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에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시트콤 <모던 패밀리> 스틸컷. 에이비시 제공
■ 안방극장에서 몰아보기 해볼까
극장에 나가기가 꺼려진다면 방구석 1열에서 오티티로 시리즈를 몰아보는 게 최고다. 가족 드라마 정주행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전화기를 들고 가족의 번호를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모던 패밀리>(넷플릭스)는 미국 <에이비시>(ABC)에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방영한 장수 시트콤이다. 지난해 4월 종영한 시즌11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혈연으로 연결된 세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평범한 중산층 가정, 이민자 재혼 가정, 동성애 커플 가정 등 미국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일상을 담았다. 2010~14년 미국 최고 권위의 방송상인 에미상 코미디 부문을 5년 연속 수상했다.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스틸컷. 티브이엔 제공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티빙)는 <티브이엔>(tvN)에서 지난해 6~7월 방영한 16부작 드라마다. 가족이라 해도 사실 서로에게 말 못 할 고민과 비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반면 가족 바깥에서 더 깊은 감정과 비밀을 공유하는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나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인 관계, 가족은 아니지만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인연들 속에서 결국은 사람과 가족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한예리, 김지석, 추자현, 정진영, 원미경, 신재하 등이 출연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