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한겨레 프리즘] 그럼에도 ‘쇼 머스트 고 온’ / 유선희

등록 2020-12-20 15:41수정 2020-12-21 10:06

유선희 ㅣ 문화팀장

‘문화가 없던 한 해’도 이제 끝나간다. 2020년 문화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 상태였다. 3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 탓에 영화도, 공연도, 음악도, 전시도, 방송도 셧다운을 반복해야만 했다. 1년 중 문화계의 가장 큰 대목이라 할 수 있는 12월 풍경도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겨울방학·크리스마스·연말연시 기분에 기대어 대작 영화와 송년 음악회·콘서트, 각종 시상식을 챙기던 분주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하루 1000명을 넘나드는 코로나 확진자 소식이 실시간으로 들려온다. “산타도 ‘2주간의 자가격리’를 끝낸 1월9일에나 방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화부 기자들의 요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1년간의 결실에 뿌듯해하며 ‘연말 결산’을 하는 대신 손해가 막심했던 한 해의 ‘대차대조표’를 먼저 그리고 있다. 공식적인 통합전산망이 운영 중인 영화와 공연만 우선 살펴보자. 지난해 역대 최대인 총 2억2667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영화계의 경우, 올해엔 누적관객수가 5880여만명(12월 현재 기준)에 그치며 시장이 4분의 1 토막이 났다. 지난해 매출액 2405억원(개막 편수 9201건)을 기록했던 공연계 역시 올해 1700억원(개막 편수 5130건)에 그쳐 수익이 30% 이상 곤두박질쳤다. 미술·전시나 대중음악 등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암울한 수치만이 올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고통을 겪은 한국 문화계는 전세계에서 오히려 그 위상을 드높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각본상·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그래미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보수적인 미국 음악 시장을 점령했다. 또한 코로나 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넷플릭스를 통해 <사이코지만 괜찮아> <더 킹: 영원의 군주> <청춘기록>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가 190여개국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뿐인가. 세계 모든 무대가 올스톱된 상황에서도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대작 뮤지컬들이 공연돼 케이(K)방역의 우수성을 상징적으로 뽐내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성과를 돌아보자면, 2020년은 ‘문화가 없었던 해’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위기 속에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문화의 진정한 힘’을 증명한 해였는지도 모르겠다.

2021년 한국 문화계는 과연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논의 중인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는 우리에게 희망을 속삭인다. 2월에 열릴 63회 그래미 시상식은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무대와 (어쩌면) 수상 소식으로 기쁨을 안길 것이다.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또 한번 ‘큰일’을 낼 분위기다. 또 올해 개봉이 연기된 <서복> <영웅> <모가디슈> <싱크홀> 등 대작 영화도 줄줄이 관객을 찾을 계획이다. 클래식계에서는 슈퍼스타 조성진이 세계적 성악가 마티아스 괴르네와의 무대를 준비 중이고, 피아니스트 임동혁·임동민 형제의 연주회,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의 투어 등도 예정돼 있다.

“어둠 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기 위해 난 고통을 무릅쓰고 있어. 쇼는 계속되어야 해. 쇼는 계속되어야 해….”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는 그의 마지막 노래 ‘더 쇼 머스트 고 온’에서 이렇게 외쳤다. 죽음 앞에서도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던 위대한 아티스트의 절규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도 이 모퉁이만 돌면 곧 끝이 날지 모른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한 그 여백에는 늘 ‘문화’가 자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쇼는 계속되는 법이니까. ‘2021년에도 쇼 머스트 고 온!’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1.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2.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3.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4.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5.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