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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박기정 만화 ‘도전자’ 40여년만에 복간

등록 2006-01-23 18:04

만화가 박기정(71)씨의 <도전자>가 40여년 만에 복간되어 나왔다.

당시 청소년 대중 문화의 젖줄 구실을 만화 대본소가 하긴 했지만 만화 소재가 그리 다양하진 않았다. 미국, 일본 만화를 정신없이 베끼던 때였다. 그즈음 스포츠를 주제로 한 박기정씨의 창작 만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64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모두 15개월 동안 쏟아내듯 그려져 나온 <도전자> 45권에, 고등학생들은 팬클럽까지 만들며 열광했다.

부모를 잃고 일본으로 건너간 훈이는 식당에서 일하며 복싱을 배운다. 학교에서도 쫓겨난 그가 일본 사회의 갖은 핍박과 수모에 정당하게 맞서는 방법은 권투선수가 되어 링 위에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 그야말로 적의와 분노를 먹고 자라는 훈이는, 더 큰 파괴력과 분노로 더 많은 이를 허물수록 자신은 고립되고 더 깊은 허무감에 눌린다. 자신이 극복해야할 대상이 비단 일본이 아닌, 스스로 상처입힌 제 자신이었던 탓이다.

이야기는 이처럼 확장되면서도 깊이를 담보해간다. 당대 좌절하는 모든 이의 트라우마를 대변하고 희망 세계를 은유하며 “시대 정신”을 담아냈다는 평가까지 받는데,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서사만화(극화)는 박기정의 뿌리에서 피어난 나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훈이’는 70년대 ‘독고탁’(이상무), 80~90년대 오혜성(이현세), 이강토(허영만)로 이어지며 한국 만화를 붐업시켰던 반항 계보의 원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후대에 관습적 구도가 되기도 하지만, 대목 대목 한국 만화를 폭발시켰던 주역들이다.

지금도 만화를 그리고 있는 한국 만화계의 1세대 원로 작가로서, 그의 제자들인 이두호, 이상무, 박흥용 등이 그때 그때 한국 만화를 성장시켰던 것과 닮아있다.

복간본은 원본의 10쪽을 끝내 싣지 못했다.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본을 인화(일종의 복사)한 상태에서 티를 제거하고 그림선을 덧칠했지만 애당초 취지대로 당시의 원본을 보는 양 낡고도 정감 어린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말풍선의 글꼴만 바꿨을 뿐이다. 시장성에 대한 우려로 2001년 기획됐는데 부천만화정보센터의 도움으로 이제 겨우 빛을 봤다. 바다출판사 펴냄. 전 5권. 각권 150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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