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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콜’의 전종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떠오르는 악역의 탄생

등록 2020-11-30 17:22수정 2020-12-01 02:37

[넷플릭스 영화 ‘콜’로 돌아온 충무로의 기대주]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악역이 등장했다.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감독 이충현)의 ‘영숙’이다. 광기 어린 얼굴로 폭주하는 영숙을 두고 누구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속 잭(잭 니컬슨)을, 누구는 <사탄의 인형> 속 처키를 떠올렸다고 상찬한다.

하지만 정작 이를 연기한 배우 전종서는 30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영화 속 인물을 착한 역과 나쁜 역으로 나누곤 하는데, 모두가 캐릭터인 거지, 악역이다 아니다 단정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영숙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연기로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버닝>(2018)에서 모호하고 신비한 여인 ‘해미’를 연기해 단숨에 주목받은 신예 배우다. 데뷔작을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그가 차기작으로 <콜>을 고른 이유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인데다 “이충현 감독의 단편 <몸값>(2015)을 보고 (작품성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lt;콜&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숙은 1999년을 사는 인물. 20년 뒤인 2019년 같은 공간에 사는 서연(박신혜)과 우연히 전화로 연결된 뒤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둘은 위험한 선택을 한다. 영숙은 서연의 과거를 바꿔 20년 전 죽은 가족을 살리고, 서연은 영숙의 끔찍한 미래를 알려주면서 둘의 과거와 현재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영숙은 점점 더 난폭해지고, 서연은 영숙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 발버둥 친다. 2012년 국내 개봉한 푸에르토리코·영국 합작 영화 <더 콜러>가 원작이다.

“영숙이에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 같은 수식어가 붙지만, 저는 어떤 캐릭터로 정의하지 않고 영숙이 그 자체에 인간적으로 접근했어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제가 먼저 납득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숙의 약한 모습에 더 집중한 건 그래서다. “영숙이의 깨질 듯한 얇은 유리 같은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어요. 엄마(이엘)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소리치는 장면은 인간적으로 슬펐어요. 그걸 특히 잘 표현하고 싶었죠.”

영화 &lt;콜&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 사건 이후 폭주하는 영숙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캐릭터를 묻자 그는 단호하게 “없었다”고 했다. “대신 미국 가수 빌리 아일리시와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서태지의 노래·뮤직비디오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무표정과 광기 어린 표정을 오가는 영숙은 ‘배드 가이’ 뮤직비디오 속 빌리 아일리시의 얼굴과 닮았다. 영숙은 서태지가 실제 입었던 줄무늬 티셔츠와 통 넓은 바지, 비니 차림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그는 “의상을 바꾸니 걸음걸이부터 달라졌다. 옷차림도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숙의 강렬한 공격을 받아내는 서연을 연기한 박신혜에게 공을 돌렸다. “영숙과 서연의 연기가 정반대 색깔로 보였을 수 있지만, 서로 거울처럼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야 했어요. 시간의 간극 때문에 대부분 따로 촬영했지만, 각자 서로의 모습을 보며 답을 찾아갔죠. 공격보다 방어하는 쪽이 훨씬 더 힘들었을 텐데, 그걸 잘해낸 박신혜 선배님의 안정감과 무게감은 제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버닝>의 해미와 <콜>의 영숙, 두 강렬한 캐릭터는 그를 돋보이게도 했지만, 앞으로의 연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죠. <버닝>과 <콜>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부었어요. 두 캐릭터 모두 세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는 독립영화계의 기대주 정가영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우리, 자영>으로 내년 이후 다시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전종서의 에너지는 늘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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