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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선우예권 “드라마 가득한 모차르트 음악, 요즘 사람들 마음 보듬어주길”

등록 2020-11-24 17:00수정 2020-11-25 02:36

[첫 스튜디오 음반 ‘모차르트’ 발매]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거기 자리 있어요?” “이 옷 좀 치워주세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이 취재 열기로 달아올랐다. 영상카메라, 사진기, 노트북을 든 기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그래서일까? ‘피아노 소나타 10번 1악장’ ‘모차르트 판타지’,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터키행진곡’을 연주하는 그의 감정 폭이 여느 때보다 크다. ‘모차르트 판타지’를 연주할 때는 거친 숨소리가 뒷좌석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시작된 이날, 첫 스튜디오 음반 <모차르트>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기자간담회 현장 풍경이다.

“모차르트를 생각하면 많은 분이 어린아이 같고 경쾌하고 발랄하다고 말해요. 제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는 굉장히 오페라틱한 작곡가예요. 내적으로 진지하고 비극적인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어요. 한마디로 인생의 모든 감정을 내포한 작곡가예요. 첫 곡(소나타 10번 1악장)만 봐도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다양한 감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어떤 작곡가보다도 다양성을 갖춘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드라마가 가득한 모차르트 음악이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음악으로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모차르트의 19곡을 시디 두장에 나눠 담은 기준도 “다양한 감정의 위로”다. “첫번째 시디는 오전에 일어나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채웠고, 두번째 시디는 저녁에 약간은 공허하고 우울할 수 있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곡들로 채웠어요. 클래식 음악은 혼자만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음반에는 ‘터키행진곡’을 보너스 트랙으로 담았다.

그는 이 음반이 “기적처럼 탄생했다”고 말했다. “녹음을 지난여름 닷새간 진행했어요. 원래 몇달 전에 하려고 했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정이 변경되고 유럽 내에서 녹음이 가능한 장소가 계속 바뀌었어요. 코로나 시국에 이렇게 녹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죠.” <뉴욕 타임스>는 평소 그의 연주를 두고 “에너지가 넘치며 황홀하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가 음반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터키행진곡’은 그의 표현력 덕분에 ‘음악이 원래 듣고 보는 장르였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이 음반을 두고 “거침없고 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그는 간담회 전날 음반을 처음 손에 받아들고 스스로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녹음이 끝나고 한달 반, 두달 정도 피아노에 손대지 않았어요. 여러 상황이 불확실하니 회피하듯이 멀리했어요. 그러는 동안 제가 죽어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연습한다는 것 자체가, 피아노 소리 듣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일이고, 그것을 통해 살아 있다는 걸 느꼈어요. 내가 왜 음악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더 분명해졌어요.” 그는 “어려운 시기에 공연하냐고들 말씀하시는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진행한다면 오히려 음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음악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음반 발매 기념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사진 유니버셜, 마스트미디어 제공

15살에 미국 유학을 갔던 그가 몇년 지나 학교 동료들과 음악가들로부터 처음 인정받았던 곡이 ‘모차르트 소나타’였다. 그의 첫 스승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도 모차르트였다. 어쩌면 그가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발매한 이 음반은 그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한, 진짜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은 뒤 선우예권에게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3년 전과 비교해 연주 등 다양한 면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는 그는 이제 <모차르트>와 함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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