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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변신 마스크’ 쓰면 행복할까?

등록 2020-11-06 04:59수정 2020-11-06 09:59

분홍고래 제공
분홍고래 제공

돈돈 마스크
서순영 글·이윤미 그림/분홍고래·1만2000원

예쁜 분홍돼지를 따라 <돈돈 마스크> 표지를 열면, 돈돈 마스크 가게가 나온다. 영롱한 눈빛으로 독자를 맞는 돼지네 가게는 ‘어떤 얼굴도 바꿔 준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색색 문양으로 디자인된 숲속 동물들의 마스크는 저마다 개성을 내뿜으며, 동물 손님들의 마음을 쏙 빼놓는다. 나는 무얼 써볼까. 책 속에 들어간 아이 마음도 어느새 ‘변신 마스크’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넓적한 얼굴이 싫다면 갸름하고 호리호리한 마스크를, 입이 커서 속상했다면 입모양이 작고 앙증맞은 마스크를…. 제각각의 변신 마스크를 생각하는 사이, 이야기는 얼굴을 바꾼 동물 친구들의 속내로 들어간다.

커다란 귀와 툭 튀어나온 이빨이 싫었던 토끼는 세련된 여우 얼굴을 갖고 싶다. 한번 쓰면 벗지 못한다 해도 한번쯤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악어, 하마도 찾아든다. 돈돈 마스크 가게는 북적이고 돈도 많이 벌지만, 자기 자신을 잃은 동물들에게는 불편한 현실만 닥친다. 여우 얼굴을 선택한 토끼는 여우 걸음을 흉내내느라 발이 꼬여 넘어지고 뱀 얼굴을 빌려온 하마는 나무를 기어오르려다 떨어진다. 동물 친구들은 나답게 살지 못하는 고통을 환불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마스크를 통해 ‘나 아닌 나’가 되어보면서 나를 생각해보게 한다. 내 안의 무한한 힘을 알지 못한 채, 노래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게 아이 마음이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마음의 씨앗을 키울 때, 다른 사람도 소중하며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4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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