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즐거운 성취’의 이름 <오늘부터 운동뚱·댄스뚱>
체중 감량이나 보기 좋은 몸 아닌
‘움직임의 즐거움’ 그 자체가 목표
비만이지만 살 빼는 데 관심 없는
출연자들 운동·춤 실력 실컷 뽐내
어려운 목표 앞에서 좌절하거나
타인의 신체적 특징 희화화 없이
빛나는 자기긍정 ‘질리지 않는 맛’
‘즐거운 성취’의 이름 <오늘부터 운동뚱·댄스뚱>
체중 감량이나 보기 좋은 몸 아닌
‘움직임의 즐거움’ 그 자체가 목표
비만이지만 살 빼는 데 관심 없는
출연자들 운동·춤 실력 실컷 뽐내
어려운 목표 앞에서 좌절하거나
타인의 신체적 특징 희화화 없이
빛나는 자기긍정 ‘질리지 않는 맛’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덕에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모았다. 운동 콘텐츠가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건강한 몸’이라는 목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진 덕에 시청자들 또한 그 해방감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부터 운동뚱> 유튜브 갈무리
운동 천재 김민경, 댄스 천재 문세윤 뭇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건 김민경만이 아니다. 문세윤의 타고난 운동신경과 춤 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 <오늘부터 댄스뚱>이 가동되면서, 사람들은 홀린 듯 모여들어 댓글난을 찬사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차례 보는 것만으로도 처음 보는 안무의 주요 동작을 얼추 포착해 따라 해내는 눈썰미와 춤 실력은 압도적이다. 세부 동작을 익히고 교정하는 시간까지 해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면 안무를 마스터하는 놀라운 습득력과, 잔뜩 긴장하다가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실수 없이 소화해내는 무대 장악력은 숫제 전업 댄서 수준이다. 괴산고추축제 무대부터 문화방송(MBC) <생방송 음악중심> 무대, 엘지 트윈스 치어리딩 무대를 오르내리며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문세윤에게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코미디티브이 <맛있는 녀석들>이 스핀오프(본편의 내용 일부를 계승하되, 본편에서 갈라져 나와 따로 진행되는 티브이 시리즈)로 선보인 웹예능 시리즈 <오늘부터 운동뚱>과 <오늘부터 댄스뚱>의 인기는 이제 본편인 <맛있는 녀석들>의 인기를 능가할 만큼 뜨겁다. 아마 <맛있는 녀석들> 자체의 인기에 힘입은 바도 있을 테고, 놀랄 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김민경과 문세윤을 향한 경이로움도 한몫했으리라. 그러나 이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세계적으로 헬스를 비롯한 생활체육 관련 콘텐츠들이 각광받고 있는 트렌드일 것이다. 실제로 <오늘부터 운동뚱> 초창기에 프로그램을 거쳐 간 양치승 관장이나 필라테스 강사 심으뜸, 심각하게 망가진 유민상의 재활훈련을 도맡아 지도한 김계란 같은 이들은 어떻게 근육을 키우고 몸을 만드는지 지도하는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들이다. 더 강인하고 날렵하며 탄탄한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운동을 하는 것은 시대적 트렌드가 되었고,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의 성공은 분명 그 트렌드에 기댄 부분이 있다. _________
‘보기 좋게 건강한 몸’이라는 선망 너머 물론 예전이라고 해서 운동을 권장하는 트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재근이 아침방송에 출연해 에어로빅을 지도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운동 콘텐츠의 수요는 꾸준히 존재했다. 그러나 과거의 운동 트렌드는 주로 ‘살을 빼서 예쁘고 멋진 몸을 만들어 외모를 가꾼다’는 방향이었고, 목표가 다이어트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단순히 게으름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의 결과가 아니라 엄연한 질병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방향으로 운동을 권장할 수 없게 되었다. 외모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운동을 권장하는 일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설득력도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기에 출연자들은 운동이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보고 씩씩하게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친다. 근사하게 자기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기에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체지방지수나 체중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고, 출연자들도 구태여 ‘건강한 몸’이란 걸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늘부터 댄스뚱> 유튜브 갈무리
오늘도 잘 놀고 자~알 먹었습니다!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자기관리’ 트렌드와 차별점을 둔다.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인 김민경과 문세윤의 체중을 감량한다거나 눈에 띄는 변화를 추구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애초 프로그램의 기획 목적부터 ‘지속 가능한 먹방’을 위한 최소한의 건강을 갖추는 것이었고, 김민경이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뽐내며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자 <오늘부터 댄스뚱>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기에 출연자들은 운동이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보고 씩씩하게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친다. 근사하게 자기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기에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체지방지수나 체중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고, 출연자들도 구태여 ‘건강한 몸’이란 걸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늘부터 댄스뚱>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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