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예쁜지 느껴봐!’ 한글이 10대에게 말을 건다. 574돌 한글날, 신조어·줄임말에 익숙한 10대에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속속 선보인다.
청소년에게 우리말로 노랫말을 쓰게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 <노래를 짓다>가 특히 눈에 띈다. <한국방송1>(KBS1)에서 1부는 9일 오후 4시10분, 2부는 10일 오전 10시30분에 방송한다. 전국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랫말 공모전을 진행했고 그중에서 3명을 뽑았다. 방송에서는 3명 중 최종 1명을 선정한다. 우승하면 작곡가 김형석이 곡을 붙이고, 이를 가수 한동근이 부른다. <한국방송>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말을 얼마나 아름답고 시적으로 표현해냈는가 등을 본다”고 밝혔다. 김형석 작곡가, 양재선 작사가, 구현우 시인 겸 작사가가 심사한다.
<노래를 짓다>는 청소년 언어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방송> 아나운서실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말을 알리려는 아나운서들의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10대를 대상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접목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에 참여한 이상협 아나운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연령대가 10대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면 언어를 다르게 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에서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등 방송의 책임도 크다”며 이런 시도가 평소에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대에게 큰 사랑을 받는 소셜미디어인 틱톡에서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말을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챌린지’를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한글날초성퀴즈 챌린지(7~9일)다. 편집효과에서 #한글날초성퀴즈 필터를 누른 뒤, 화면에 제시되는 자음 2개를 초성으로 하는 단어 3개를 10초 안에 말하면 된다. 이 챌린지는 2018년부터 한글날마다 찾아왔다. 매년 1만여개의 영상이 제작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한글은 모두가 사랑해야 할 우리말.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퀴즈로 한글을 공부하는 <2020 퀴즈 온 코리아>(한국방송1, 9일 오후 2시30분)도 방영한다. 2012년부터 한글날마다 찾아왔던 프로그램이다. 국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예선을 치른 뒤 한국에서 본선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유학 중인 외국인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예선을 치렀다. 본선에 오른 최종 18명은 문제를 다 듣기도 전에 정답을 맞히는 등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고 한다. 가수 광희와 전효성, 강성규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한다. “한글 공부에는 나이가 없다”며 전라남도 화순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를 배우는 이남순(82) 할머니와 김봉순(74) 할머니의 모습도 <나우>(아리랑티브이, 9일 아침 7시30분)에서 소개한다.
뮤지컬 콘서트로 열리는 <세종, 1446>. 에이지제이컬쳐 제공
한글을 창제한 세종의 일대기는 뮤지컬 넘버(노래)로 흥겹게 훑어보자. 뮤지컬 <세종, 1446>(9일 오후 3시30분)의 넘버 27곡 전곡을 부르는 콘서트 ‘더불어 노래하다’도 한글날을 맞아 온라인(네이버티브이)으로 생중계한다.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박유덕·남경주 등 <세종, 1446>에 출연한 배우 25명이 관중 없이 무대에 오른다.
판타지 소설로도 세종을 만날 수 있다. 인기 미국 드라마 <스타 트렉> 시리즈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세종과 한글을 소재 삼아 쓴 사극 판타지 장편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가 9일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동시 출간된다.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한글 창제에서 반포까지 우리 역사를 소설로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 메노스키는 소속사를 통해 “5년 전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글을 공부하면서 그 기록 체계의 정밀함과 기능적인 우아함에 놀랐다”며 “영어권 사람들에게도 세종대왕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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