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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은 지금 삼재…‘책방이음’, 10년 9개월만에 문 닫습니다”

등록 2020-09-24 04:59수정 2020-09-24 08:47

서울 종로구 혜화동 책방이음 문에 붙은 폐점 공고. 책방이음 제공
서울 종로구 혜화동 책방이음 문에 붙은 폐점 공고. 책방이음 제공

“이제 잘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 시간입니다. ‘책방이음’이 보유한 책, 필요한 서점에서 독자와 만나면 좋겠습니다. 서점을 하려는 분이 책방이음 책을 사가시면 절반 가격에 드립니다.”

23일 오전 책방이음 조진석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책방이음 지킴이 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인 그는 지난 7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개정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해올 정도로 서점과 출판 생태계 살리기에 앞장서왔다. 그런 그가 돌연 폐점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날 오전 1인시위를 마치고 ‘폐점 준비’를 하러 오후에 서점으로 ‘출근’한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금 동네서점은 삼재입니다. 첫째가 코로나19, 둘째가 도서정가제 개정, 세번째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해태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동네책방, 출판사, 인쇄소 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 문체부는 그런 동네책방에 ‘지원’은 하지 않고 도서정가제를 ‘개악’하고 있어요.”

2009년 12월부터 10년 9개월 동안 그가 운영하는 책방이음도 여러번 출렁였다. “처음 문 열 때 한 출판사로부터 ‘폐점한 책 처리하기도 바쁜데 무슨 신규 거래냐’는 핀잔을 들었어요. 그만큼 출판계가 좋지 않았던 거죠. 그 뒤 블록 빠지듯 손님이 계속 빠졌는데 2015년부터는 구간(舊刊)이 팔리기 시작하고,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위트 앤 시니컬’ 같은 동네책방이 주변에 속속 생기더라고요.”

이 변화의 중심에 도서정가제가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 전에는 구간은 제한 없이 할인 판매할 수 있었다. 이때는 자본력을 갖춘 온라인 서점의 할인 공세가 거세, 책방에서 구간을 사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4년 법 개정으로 구간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으로 묶이면서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는 이들이 늘고, 덩달아 동네책방도 늘었다는 것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 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도서정가제 개정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책방이음 제공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 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도서정가제 개정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책방이음 제공

제도의 위력을 실감했기에 그는 문체부가 내놓은 도서정가제 개정 초안에 대해서 큰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문체부는 이달 초 도서전 판매 도서, 36개월 이상 또는 1년 동안 판매되지 않은 도서를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하는 초안을 출판계에 전달했다. “2014년 개정 전엔 저도 도서전에 책 사러 갔어요. 그땐 도서전 도서가 도정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엄청 저렴했거든요. 만약 문체부 초안대로 도정제가 개정된다면 독자들이 도서전에 가지, 동네책방에 과연 올까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인데다 비교적 오래 서점을 해온 그의 폐점 소식은 간신히 버티고 있는 다른 동네책방을 동요하게 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폐점을 결심하고, 이 사실을 공개한 이유를 물었다. “8월 이후 코로나 2차 확산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한달 임대료 포함해서 450만원에 이르는 고정비를 충당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자영업자 저리 대출로 1600만원을 받아 버텼거든요. 책방이음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출자로 출범한 만큼 더는 손실이 나면 안 된다 싶었습니다. 대부분 소리 없이 책방을 접지만, 저는 이게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방이음은 1~2개월 안에 셔터를 내리지만, 그는 앞으로도 온라인에서 큰 의미의 서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랜선 독서모임과 배송 등으로 독자를 만날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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