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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빠와 놀자~”…배우 정상훈이 전수하는 재택 놀이법

등록 2020-09-14 04:59수정 2020-09-14 10:47

코로나에 갇혔지만 집에서 놀 거리는 많아
처음에는 소소하게 목욕놀이·간식 만들기
동화 이어짓기·교육용 게임 등도 재미있어

“아이와의 공통점 찾아야 둘 다 즐길 수 있죠
서툴러도 괜찮아요, 실패를 두려워 마세요”

아이 셋 자연출산하며 아빠 역할 중요성 깨달아
어린이 프로 <뭐든지 뮤직박스>(EBS) 진행자
아이 셋 아빠인 정상훈은 육아 고수다. 아내가 자연 출산하며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린이 프로를 진행하고, 육아 관련 책도 냈다. 교육방송 제공
아이 셋 아빠인 정상훈은 육아 고수다. 아내가 자연 출산하며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린이 프로를 진행하고, 육아 관련 책도 냈다. 교육방송 제공

“아빠 놀아줘!” “아빠 나가자!”

재택근무를 해도 쉴 틈이 없다. 아이는 학교에 안 가고 부모는 회사엘 안 가니, 집이 학교이자 회사이자 휴식처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함께 재택이 일상화되면서 부모들의 돌봄 부담이 커졌다. 온 가족이 종일 함께 있으니 마냥 좋아야 하지만, 육아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접수된 돌봄 관련 상담 건수는 전년 동기에 견줘 30%나 증가했다. 육아를 피해왔던 ‘무심한 아빠’들의 고민도 커졌다. 과거에는 야근이다 회식이다 핑곗거리를 찾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이참에 정신 차리고 육아도 잘하는 ‘육아빠’로 거듭나보자.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하는 분위기 속에 아빠의 육아도 필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초대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육아 관련 책도 내고 <교육방송>(EBS)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뭐든지 뮤직박스>도 진행하는 ‘육아 고수’ 배우 정상훈이 ‘코로나 재택 시대, 아빠를 위한 놀이법’을 들려줬다.

1단계: 소소한 일상에서 놀이를 찾자

“저도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요.” 최근 <한겨레>와 만난 정상훈은 자신도 대다수 아빠들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세 아들의 아빠로, 두 아이의 팔베개를 해주고 한명은 다리 사이에 끼워 재우는 내공을 발휘하는 그가 초보 시절이 있었다고? “하하하. 그러니 누구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말 아닐까요?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육아력’이 쑥쑥 늘려면 아이도 아빠도 좋아하는 걸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초보 땐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소소한 일상을 놀이로 만드는 게 좋다. “전 아이들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함께 목욕하는 걸로 시작했어요. 은근히 재미있어요.” 미용실의 낯선 분위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집에서 놀이처럼 자르면 재미를 느낀다. 특별한 기술은 없어도 된다. ‘가위손’ 흉내를 낼 건 아니니 눈을 찌르는 앞머리만 살짝 잘라주는 선이면 된다. 엄마와 다른 아빠들의 강점은 ‘도발’이다. 가끔 과감한 스타일로 변화를 줘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은근히 좋아한단다. 단, 욕심내다 아내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은 명심 또 명심. “이 모든 것은 대화가 동반돼야 해요. 어떻게 잘라줄까? 넌 요즘 어떤 사람이 멋있어 보여? 등 아이의 관심사를 들어봐야 해요.”

대화도 하고 일상도 누릴 수 있는 1석2조의 최고봉은 요리다. 정상훈은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즐거운 놀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먹고 싶은 볶음밥을 만들고, 라면을 끓이는 평범한 식단도 괜찮다. 중요한 건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다. “예를 들어 달걀 하나라도 깨뜨려 저어보라고 하는 거죠. 아이들은 깨고 섞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간식 하나쯤은 알고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정상훈이 추천하는 ‘델리만주’를 외워두자. “일명 조개빵인데 모양도 예쁘고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달걀 두개와 버터 100g을 전자레인지에 40초 돌리고, 다 녹으면 쿠키용 박력분, 레몬, 설탕 100g, 베이킹소다 3g을 넣고 반죽한다. 시중에서 5천원에 살 수 있는 조개 틀에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끝. “명심할 건 노른자를 깨뜨리는 것과 섞는 것, 조개 틀에 담는 것도 아이들 몫으로 돌릴 것.” 맛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하지 말라고 그는 말했다. “실패하면 어때요? 또 만들면 애들이 더 좋아할걸요?”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 제공

■ 2단계: 아이들 놀이를 함께 하자

아이와 나누는 일상에 익숙해졌다면, 이젠 새로운 걸 찾아서 같이 해볼 때다. 아빠가 먼저 아이들 속으로 성큼 들어가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속에서 함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면 오케이. 정상훈은 “게임과 슬라임”을 추천했다. “슬라임은 6~8살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해요. 인체에 무해한 재료도 있어요.” 감촉이 좋아서 아빠도 무념무상 상태로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단다. “손만 까닥하니 몸은 덜 피곤할걸요. 하하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붙들고 사는 아이와 무턱대고 게임만 했다가는 명심하자! 아내가 멀어진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원 없이 하게 하되, 아빠가 제안을 하는 것이다. 재미도 있고 유익한 게임이 많다. “고피쉬라고 한글 깨우치기 게임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맞추기 뒤집기 하는 방식이 마치 어른들이 좋아하는 ‘원카드’와 비슷해요. 과학 정보를 담은 게임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도 좋아요.” 그는 아빠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 뒤 아이들 게임 속에서 비슷한 것을 찾으면 둘 다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숫자를 합산하면서 일부러 틀리면 아이들이 ‘아빠 잠깐!’ 하며 다시 계산해주곤 하죠. 일부러 틀리는 것이 꿀팁입니다!”

정상훈이 가장 애용하는 놀이는 ‘동화책 읽어주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속 캐릭터, 로봇, 연예인을 출연시켜 동화를 비트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노키오>를 읽어주면 <피노키오> 속 캐릭터를 아이가 좋아하는 헬로카봇에 대입하는 식이다. 동화 속 요정을 케이캅스라고 부르면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아이가 좀 크면 동화 이어 짓기를 해도 좋다. 창의력도 좋아지고 상상력도 샘솟는다. 험난한 세파에 찌든 아빠의 머리도 모처럼 상쾌하게 돌아간다. “창작동화를 3탄까지 만들었는데, 도저히 다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쓰는 꿈도 갖고 있다.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 제공

3단계: 아빠가 주도해 아이와 함께 배우자

아이들 놀이가 지겨워질 즈음이면 어른으로서의 아빠 모습을 보여줄 때다. 아이의 장래까지 고려해 집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놀이를 제안하는 것이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 3단계. 정상훈은 악기 배우기를 권했다. “음악 자체만으로도 아이가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성인이 돼서도 쉼을 주거든요. 가장 편안하게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쉼이 음악이니까요.” 실제로 정상훈의 아이들도 첫째는 피아노, 둘째는 미술을 배우고 있단다.

코로나 재택 시대엔 독학으로도 배울 수 있는 하모니카와 아동용 기타가 좋다고 한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기초부터 배워가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아이들은 의외로 전자기타를 좋아한다. 소리가 멋있고 보기에도 독특해서인지 한번 잡으면 놓지 않으려고 한단다. 정상훈은 “아빠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발 애 좀 보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아빠들이 흔히 하는 선택은 캠핑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가두기 전 아빠들은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 자연 속에 풀어놨다. 하지만 벌레, 화장실의 불편함 등으로 은근히 싫어하는 애들도 많단다. 정상훈은 캠핑을 가서도 보물찾기를 하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안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재택을 하는 동안에는 자연을 대신해 집에서 ‘설정 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집 안 어느 한곳에 보물을 숨겨놓고 아이에게 찾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를 풀어 맞히면 보물이 있는 곳에 대한 힌트를 주는 식이다.

하지만 집이 좁거나 위험한 물건이 많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물찾기 대신 자연을 보여주세요. 유튜브를 보며 함께 곤충 공부, 꽃말 공부를 하는 거죠. 요즘은 아빠들도 벌레를 싫어해서 아이만큼 잘 모를 수 있어요. 이참에 함께 자연 공부 하자고요!” 거실, 방 한쪽에 작은 텐트를 쳐놓고 아이와 속닥이는 것도 은근히 즐겁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정상훈이 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가 아이 셋을 모두 자연출산 하면서부터다. 자연출산은 촉진제나 무통 주사를 맞지 않아 아내와 함께 호흡하고, 마사지를 해줘야 하는 등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달간 1주일에 두번씩 아빠를 위한 교육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점점 재미있더라고요. 아이는 알아서 큰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그때 알고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돌보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둘까지 괜찮았는데 셋이 되니까 또 다르더라고요. 아이 돌보는 일은 계속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더 부지런해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하니 체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성격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맞는 대화와 놀이를 택해야 해요. 그러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하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서툴러도 괜찮아요. 아빠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분명 좋아할 겁니다.” 정상훈은 1998년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해 2015년 예능 <에스엔엘코리아>로 이름을 알렸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일에 지친 부모들에게 오히려 힘을 준다”는 그는 10월 방영하는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한국방송2)에서는 현실과 다른 무심한 가장으로 등장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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