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는 참담해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와 취소는 답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견딜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심해야 합니다.”
코로나19 2차 재확산으로 공연이 조기에 종연되는 등 피해를 본 한 뮤지컬 제작자의 말이다. 최근 이런 고민이 커지면서 공연계에선 ‘온라인 공연 유료화’에 속도가 붙었다. 오프라인에서 열린 공연을 영상화해 온라인에서 유료로 공개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코로나19 1차 확산을 기점으로 온라인 무료 공개가 활발해졌다면, 2차 확산 뒤에는 장기적인 수익을 염두에 둔 유료 공연이 화두가 된 셈이다.
지난 3월에 이어 10월까지 두차례 취소됐던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 편>은 10월8~9일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2015년 초연 이후 2017년, 2018년 매진을 기록한 서울예술단의 인기작이지만 올해는 막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예술단 쪽은 “내부 검토 끝에 출연진이 같았던 2018년 영상을 온라인으로 내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이 만드는 <잃어버린 얼굴 1895>도 9월28~29일과 10월 중(날짜 미정) 온라인에서 상영한다. 지난 7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던 실황으로 9월에는 차지연이, 10월에는 박혜나가 ‘명성황후’로 출연한다.
국립극단은 유튜브 채널 ‘온라인 극장’을 열고 상반기에 취소했던 창작신작 <불꽃놀이>를 9월25~26일 선보인다. 지난 6월 굿을 주제로 한 ‘하지맞이 놀굿풀굿’ 프로젝트로 선보이려다 취소했던 공연을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것이다. 그중 <불꽃놀이>만 우선 유료로 진행한다. 국립극단 쪽은 “오프라인 티켓을 예매하듯이 온라인 관람권을 예매하면, 비공개 링크를 보내주는 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폐막일을 사흘 당겨 종연한 뮤지컬 <모차르트!>도 10월3~4일 온라인 유료 공연을 선보인다. 온라인 공연 관람권과 부가상품을 결합한 온라인 패키지도 따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하나의 상품처럼 기획했다. 줄줄이 취소된 내한공연도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엘지아트센터는 영국 무용 <내면으로부터>를 24일 런던 현지에서 생중계로 선보인다.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도 오는 18~27일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로 유료 생중계한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서울예술단 제공
공연계에선 사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상영에 대한 창작진의 반발이 심했다. 저작권 침해 우려는 물론, 공연 자체가 편집이 가미되는 영상 매체와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안방에서 손쉽게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티켓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다.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그런 생각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되니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쪽도 “지난 4월 관객이 자발적으로 책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감동후불제’를 도입했는데 긍정적이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온라인 유료 시장의 가능성을 점치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료 공연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면 현장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양한 편집으로 질 높은 영상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예술단 쪽은 “<신과 함께―저승 편>은 카메라 6대로 촬영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개막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애초 온라인 스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했던 터라 4K카메라, 지미집 등 9대를 동원해 다양한 각도에서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가치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쪽은 360도로 움직이는 카메라를 활용했다.
적정한 가격 책정도 고민거리다. 현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만원, <신과 함께―저승 편>은 1만5천원, <모차르트!>는 3만~4만원대, <불꽃놀이>는 2500원으로 책정됐다. 오프라인 티켓 최고가의 20% 선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브이오디(VOD) 영상이나 방탄소년단·엑소 등 대중음악 콘서트의 유료 공연 금액을 참고했으며, 여기에 오프라인 티켓값까지 고려해 1만~3만원 사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결제와 동시에 관람이 가능한 플랫폼은 현재 네이버 브이라이브 정도밖에 없어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수익 배분 방식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국립극장의 경우, 온라인 수익을 배우와 스태프 등에게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새로운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극단 쪽은 “올해는 추가 계약서를 만들어 활용했지만, 장기적으론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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