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영상.유튜브 뮤직비디오 갈무리
희망 섞인 노랫말과 흥겨운 리듬에 맞춰 멤버들이 몸을 살랑살랑 움직인다.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특유의 ‘칼군무’를 대신하는 것은 찍고, 찌르는 저마다의 춤사위다. 노래와 춤은 가볍고 발랄하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 새롭게 내놓은 ‘다이너마이트’는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 밝고 경쾌한 곡이다. 찌르기, 돌리기, 발차기 등 디스코 동작의 포인트가 안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노래와 안무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속 이들이 입은 레트로풍 의상도 눈길을 끈다. 무릎 아래로 갈수록 종 모양처럼 넓어지는 나팔바지(부츠커트)에 화려한 패턴의 셔츠와 클래식한 조끼 등은 1970~80년대 디스코 룩을 연상시킨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21일 발표 이후 지니, 플로 등 국내 주요 음원차트를 비롯해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50’ 차트 1위에 올랐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의 9월 초 성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24시간30여분 만에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하며 최단기간 1억뷰라는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박진영이 선미와 함께 부른 ‘웬 위 디스코’.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이 지난 12일 발표한 신곡 ‘웬 위 디스코’도 지니, 플로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약 2주째 최상위권을 달리며 디스코 열풍을 이끌고 있다. 박진영이 과거 원더걸스로 인연을 맺은 ‘제자’ 선미와 호흡을 맞춘 이 곡은 제목처럼 강한 디스코 리듬이 특징이다. 리듬에 맞춰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고 골반을 흔드는 동작과 경쾌한 스텝은 박진영 자신이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춘 춤을 회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신 디스코의 시대’인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디스코와 결합한 노래도 눈에 띈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세훈과 찬열이 유닛으로 뭉쳐 지난달 발표한 ‘10억뷰’는 디스코 힙합곡이며, 주현미가 정규 20집 발매를 앞두고 지난 19일 선공개한 ‘돌아오지 마세요’는 디스코 리듬의 트로트다.
이런 경향은 국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세계적인 팝 스타 두아 리파가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2집 <퓨처 노스탤지어>는 디스코를 소환한 앨범이었다. 지난 5월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도자 캣의 ‘세이 소’(Say so) 역시 디스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곡이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포스터. <한겨레> 자료사진
디스코는 1970년대 전세계를 휩쓴 댄스음악 장르다. 선명한 리듬감으로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1978)는 전세계 디스코 열풍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디스코 바람이 새롭게 부는 이유로 ‘레트로 열풍’을 꼽았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음악을 보면 대체로 1980년대를 대표한 신스 팝(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한 전자음악의 한 갈래) 위주였다”며 “최근 들어 이런 복고의 흐름이 1970년대로 점점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 나오고 있는 디스코 음악들은 기성세대에겐 익숙한 음악의 변형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주기 때문에 전 세대에게 고루 환영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은 지난 21일 신곡 발매 기념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에서 디스코풍의 신곡에 대해 “우리는 디스코 세대가 아니라서 신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BTS)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유튜브 뮤직비디오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윤 평론가는 “디스코가 유행한 1970년대 미국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베트남 전쟁 등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던 때였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지금과 닮은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힘들 때 어려운 음악보단 시름을 날릴 수 있는 단순하고 신나는 음악을 찾는데, 대표적인 음악이 바로 디스코”라고 짚었다.
앞으로도 디스코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까. 박은석 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유행의 전환 속도가 빨라진 탓에 디스코가 ‘반짝 인기’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도 “앞으로 팬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관련 음악들이 지속해서 나온다면, 디스코가 코로나19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