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국외 코미디언들의 공연. 부코페 제공
화려한 레드카펫을 걷는 국외 스타들의 모습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국내외 문화 교류도 차단했다. 특히 1년에 한번, 세계 각국 예술인들과 팬들이 만나는 큰 즐거움마저 빼앗아갔다. 9·10월 개막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서울 드라마 어워즈’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던 행사도 올해는 고민이 깊다. 지난 3월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가 잦아지나 싶더니, 또다시 확산 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드라마 배우를 초청했던 ‘드라마 어워즈’ 쪽은 “7월까지도 국외 배우들이 시상식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초청 여부를 계속 고민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8월 초 최종적으로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년 다양한 영화인을 만나는 재미가 컸던 ‘부산국제영화제’ 쪽 역시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올해는 일찌감치 국외 초청이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사의 규모 자체도 줄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보통 300편 정도였던 출품작이 작년에 견줘 30%나 줄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지난해 국외 코미디언 11팀이 참여했지만 온라인으로 바꾼 올해는 4팀에 그친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개막일을 다음달 11로 연기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비대면으로 진행하려던 부가 행사 개최도 재검토 중이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 두기 2단계 행정명령이 내려진 이후부터 줄곧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이 상황에 개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부터 관객이 오지 않더라도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않기 위해 행사는 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이 오간다. ‘부산국제영화제’ 쪽은 “확정된 것은 없다.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드라마 어워즈 모습. 서울 드라마 어워즈 제공
일정을 조정하는 선에서 열기로 한 만큼 각 행사 주최 쪽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코미디 공연을 눈앞에서 본다는 의미가 컸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온라인 공연’을 대안으로 내놨다. 조직위원회 쪽은 “코로나19로 국외 공연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초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었다”며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상영하며 명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캐나다 4개국 4팀이 각각 영상을 촬영해 조직위에 전달했고, 이를 모아 상영한다. 작년에 이어 마임 쇼의 대가 테이프 페이스와 일본의 야스무라가 영상으로 찾아오고,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아티스트로 구성된 벙크 퍼핏의 논버벌 그림자극인 <스왐프 주스> 영상도 기대를 모은다. 폐품을 재활용해 그림자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형식인데 후반부에 3D로 펼쳐지는 그림자가 국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엄빌리컬 브러더스도 비트박스, 성대모사, 인형극과 손가락 트릭까지 다양한 개인기를 총동원한 무대를 영상으로 꾸민다.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 한 ‘드라마 어워즈’도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달하기로 했다. 매년 수상과 관계없이 여러 배우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조직위에서 수상 여부를 먼저 알려주고 소감을 받고 있다. ‘드라마 어워즈’ 쪽은 “일본과 브라질,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배우들에게 현지 상황을 곁들인 소감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연락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영상을 받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 수상이 결정된 아티스트에게는 미리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이 들어간 케이(K)방역 제품을 트로피와 함께 발송하는 등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