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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예능, ‘TV 본방’ 넘어 ‘유튜브 외전’으로

등록 2020-07-12 14:47수정 2020-07-13 02:35

[본방과 또다른 맛 ‘부스러기 영상’의 진화]
<아는 형님> 쇼트폼 외전인 <아는 형님―방과 후 활동>의 강호동. JTBC 제공
<아는 형님> 쇼트폼 외전인 <아는 형님―방과 후 활동>의 강호동. JTBC 제공

강호동이 아이돌 댄스에 도전한다. 스냅백(챙이 넓은 모자)을 쓰고 멜빵을 ‘걸친’ 채,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노래 ‘으르렁’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춤은 어색하기만 하다. 한달 동안 연습했다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못하겠어요”라고 외치며 한없이 작아지는 것도 잠시, 슈퍼주니어 멤버 신동의 맞춤형 교육에 서서히 리듬감을 찾아간다. 그리곤 이내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의 안무를 소화하며 남다른 춤 선을 선보인다.

11일 첫 방송 된 <제이티비시>(JTBC) <아는 형님―방과 후 활동>(방과 후 활동)은 강호동이 신동에게 춤을 배워 진정한 춤꾼으로 나아가는 성장기를 담은 ‘쇼트폼’(짧은 영상) 예능이다. 강호동은 “춤이란 나에게 짝사랑과 같은 존재이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라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방과 후 활동>은 <아는 형님> 멤버들이 본방송인 ‘형님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다양한 활동을 방과 후에 따로 배워본다는 형식으로, <아는 형님> 외전이라 할 수 있다. 강호동이 첫 주자로 나서 신동과 ‘동동신기’를 결성했다. 토요일 <아는 형님> 본방송이 끝난 직후 5분가량 방송되지만, 15분 분량의 전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이수근, 김희철 등 다른 멤버의 활동도 이어질 예정이다.

&lt;맛있는 녀석들&gt;(코미디TV)의 외전 &lt;시켜서 한다―오늘부터 운동뚱&gt;. 유튜브 화면 갈무리
<맛있는 녀석들>(코미디TV)의 외전 <시켜서 한다―오늘부터 운동뚱>.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바야흐로 ‘쇼트폼 외전’ 전성시대다. 예능이 티브이(TV)를 넘어 별도의 유튜브용 프로그램으로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과거엔 방송사들이 본방송 하이라이트나 방송에 담지 못한 영상을 클립 형태로 짧게 잘라 웹에 공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본방송의 기본 틀이나 캐릭터를 가져와 본방송과 차별되는 10분 안팎의 유튜브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예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맛있는 녀석들>(코미디 티브이)의 외전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운동뚱)이다. 본방송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김민경이 웨이트,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등의 운동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은 쇼트폼 예능이다. 흔한 다이어트 영상과 달리, 열심히 운동하고 다시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특히 어떤 운동이든 거뜬히 해내는 김민경의 운동신경이 화제다. 유튜브에 올라온 대부분의 영상이 조회수 200만~300만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뭉쳐야 찬다>(제이티비시)도 최근 외전 <감독님이 보고 계셔―오싹한 과외>로 인기몰이를 했다. 허재, 양준혁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 스타들이 어설픈 축구 실력에서 벗어나고자 보충수업을 듣는다는 콘셉트다.

&lt;뭉쳐야 찬다&gt;(JTBC) 외전인 &lt;감독님이 보고 계셔―오싹한 과외&gt;. 유튜브 화면 갈무리
<뭉쳐야 찬다>(JTBC) 외전인 <감독님이 보고 계셔―오싹한 과외>. 유튜브 화면 갈무리

쇼트폼 외전의 선두에는 나영석 피디(PD)가 있다. <티브이엔>(tvN)을 통해 <금요일 금요일 밤에>, <마포 멋쟁이> 등 다양한 쇼트폼 콘텐츠를 제작한 그는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와 <삼시세끼> <신서유기>의 외전 격인 <삼시네세끼>를 선보였다. 이달 중엔 이수근을 전면에 내세운 5분 분량의 <나홀로 이식당>도 방송한다. 이는 <윤식당>과 <신서유기> 외전 격으로 선보인 <강식당>의 연장선이다.

방송사들이 쇼트폼 외전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는 형님> 김노은 피디는 “멀티 콘텐츠 시대에 프로그램 포맷 안에서만 멤버들이 가진 자산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프로그램 외연을 넓히기 위해 외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쇼트폼 외전의 장점으로 꼽았다. <맛있는 녀석들> 이영식 피디는 “기존 방송의 예능 콘텐츠는 기본 60분 이상으로 제작해야 하고, 내용도 오프닝부터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춰야 하지만, 쇼트폼 외전은 시간이나 형식, 광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가볍게 예능 실험을 할 수 있는데다, 새로운 수익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피디도 “빠른 시간 안에 소재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각적으로 시청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제작진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이 피디는 “기존 방송과 달리 댓글이나 ‘좋아요’ ‘싫어요’ 등의 실시간 반응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본방송을 비롯한 예능의 길라잡이 구실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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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신서유기>(이상 tvN)의 외전 격인 <삼시네세끼>. 티브이엔 제공

전문가들은 쇼트폼 외전의 확대 이유로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꼽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이 늘고 모바일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이제는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힘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방송사 입장에서 봤을 때, 검증된 본편의 인지도와 캐릭터를 활용해 주목을 끌 만한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쇼트폼 외전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에 적합한 쇼트폼 외전은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10~20대를 본방송으로 유인할 수 있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쇼트폼 외전이 성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본방송의 포맷이나 캐릭터를 가져오더라도 기존의 이야기를 답습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스토리와 의외성이 주는 재미를 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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