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원작 웹툰에서 선정적인 부분을 빼고 밝은 부분만 가져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 여자가 애인 있는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태생부터 남성 판타지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1회부터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에스비에스 제공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 것이다.”
<에스비에스>(SBS)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를 연출하는 이명우 피디는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출이 많고 선정적인 웹툰이 원작이라 드라마화 소식이 알려진 뒤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에서 두 명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기 때문에 원작에서 우려되는 지점하고는 굉장히 먼 가족드라마가 됐다”며 “좋은 요소를 따와서 많은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16회 미니시리즈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작을 보면 애초 이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한 시도부터가 제작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낸다. <편의점 샛별이> 웹툰은 일진 여자 고등학생 정샛별(김유정)이 애인 있는 편의점 점장 최대현(지창욱)을 뺏어서 내 남자로 만드는 이야기다. 태생부터가 노골적인 남성 판타지에서 비롯했다. 웹툰의 그림체는 여자들의 가슴을 강조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샛별은 극 중 대사처럼 내내 ‘헐벗은’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 극장에서 대현이 잠든 샛별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이 되고도 남을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잘나가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되바라진 여자애가 또 나를 좋아하는, 대놓고 헐벗은 남성의 소망 충족 판타지를 전시 중이다”라고 비판했다. 대현이 여고생들을 보며 “미래의 룸망주들”이라고 내뱉는 대사나, 열심히 공부한 샛별의 일진 선배가 텐프로가 됐다는 이야기 등 웹툰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성상품화한다.
극 중 성인 웹툰 만화가로 나오는 불화산은 자신이 흥분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신음을 내기도 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원작의 뼈대가 이러니 드라마로 옮겨 온다고 해도 그 정체성이 사라질 수가 없다. 뚜껑을 연 드라마 역시 1회 방송이 나가자마자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좋은 요소만 따왔다”는 제작진은 웹툰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듯, 여자 고등학생이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관음증 자극하는 카메라 구도로 담는 등 선정성을 드러냈다. 원작에 없는 드라마에서 추가한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극 중 성인 웹툰 만화가로 나오는 불화산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그는 벽 곳곳에 여성의 나체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이 흥분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신음을 내기도 한다. 대현이 샛별의 집인 줄 알고 들어간 곳이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이었다는 설정을 웃음 코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성인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방영한 <고백부부>(한국방송2)도 원작은 <한 번 더 해요>라는 성인 웹툰이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이혼 위기의 두 부부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사랑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져왔을 뿐, 원작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로 잘 만들었다. 하지만 <편의점 샛별이>는 ‘편의점의 새벽 알바’라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로 만들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우 피디는 제작발표회에서 “웹툰의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새로웠다”고 말했는데, 젊은 여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 새벽 알바’라는 일자리를 로맨틱 코미디의 배경으로 활용하려고 한 시도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젊고 예쁜 아르바이트생이 살갑게 점주와 손님을 대한다는 판타지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부당한 요구와 성희롱으로 돌아올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방송한 <티브이엔>(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남성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티브이엔 제공
<편의점 샛별이> 제작진은 “논란이 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써서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보기’에서 오피스텔 성매매 장면을 대현만 나오게 편집했고, 불화산이 만화를 그리는 장면을 뺐다. 문제는 드라마가 논란이 되면서 웹툰을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웹툰의 댓글에는 이런 내용이 종종 눈에 띈다. “드라마 보다가 찾아보게 된 건데 원작이 진짜 너무 저질스러워서 놀랐다. 이런 걸 드라마화할 생각을 했다니. 이걸 보니 그래도 드라마는 좀 정상적이라 다행이다.”
최근에는 여성을 넘어 남성의 몸을 그대로 드러내며 선정적인 장면으로 소비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유 없이 등장하는 샤워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27일 방송한 <티브이엔>(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남성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고문영(서예지)이 남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문강태(김수현)의 몸을 훑고 계속해서 만진 뒤 “나랑 한번 잘래?”라고 큰소리를 치는 장면이다. 국회의원 아들로 나온 권기도가 “난 누가 쳐다보면 그렇게 좋더라” 하며 고문영 앞에서 코트를 벗자, 고문영이 권기도의 하반신을 가리키며 “아담하네”라고 대꾸하기도 한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드라마의 사례는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콘텐츠라면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캐릭터 설정이나 의도한 상황 설명을 1차원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오락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콘텐츠 창작 주체로서의 자의식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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