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쑥스럽구먼. 하하하.”
지난 16일 전화로 만난 임하룡은 축하 인사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6월20일 시작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애브너 딜런’ 역으로 출연한다. 앞서 2018년 주병진이 <오! 캐롤>에 나오는 등 예능인의 뮤지컬 출연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임하룡에겐 유독 축하 인사가 쏟아진다.
그가 지난해 10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 답이 있다. “뮤지컬을 하는 게 황혼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그런데 정성화처럼 뮤지컬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 안되더라고. 그래서 연극으로 꿈을 살짝 틀었어요. 하하하.” 그랬던 그가 6개월 만에 대극장 뮤지컬 무대에 당당히 오른다. 2003년 <풀 몬티> 이후 17년 만이다. “내가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안해주니 고맙고 기쁠 따름이죠. 작품에 누가 안 되게 잘해내는 수밖에 없죠.”
그가 맡은 애브너 딜런은 ‘도로시 브록’(최정원·정영주·배해선)의 마음을 얻으려고 공연을 지원하는 투자자이자 순진무구한 사랑꾼이다. <맘마미아> <아이다> 등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오세준과 번갈아 출연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공연 한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1980년 미국에서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1996년 처음 선보인 뒤 꾸준히 공연됐다.
그는 송일국·이종혁·양준모(줄리안 마쉬), 전수경·홍지민(메기 존스) 등과 호흡을 맞춘다. 그들과 똑같이 1주일에 서너번 하루 6시간 이상 연습한다. 영화, 드라마, 코미디 등 여러 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뮤지컬은 조금 다르다. 춤, 노래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해 체력 소모도 크고 매일 라이브로 연기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는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연습한다”고 했다. 행복이 피로도 잊게 하는 것일까. “사실 내 배역은 춤이 그리 많지 않아요. 노래(넘버)도 별로 없고요. 하하하. 하지만 체격이 나와 비슷해서 딱 맞죠.”
말은 이렇게 해도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낸다. “예전 ‘도시의 천사’라는 코미디 속 허풍 떠는 이미지를 살짝 가미해보면 어떨까요. 내 유행어나 춤도 살짝 넣어가면서. 그렇게 하면 애브너 딜런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분위기가 달라 재미있을 거예요.” 40년 전 작품이다 보니 지금 시각에선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젠더 감수성 등 시대 변화에도 신경 쓴다. “대사나 상황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느낌이 없도록 연출진과 출연진 모두 신경 쓰고 있죠. 연기하면서 그 부분을 가장 조심해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한 장면. 샘 컴퍼니 제공
조각, 전시에 이어 뮤지컬까지. 그의 계속되는 도전과 에너지는 ‘마음먹으면 누구든 뭐든 할 수 있다’며 모두의 지친 등을 떠미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잠정 폐지 소식이 알려진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후배들에게 좋은 기운이 전달되기를 그는 바란다.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용기 잃지 말고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려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즘은 유튜브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성공한 코미디언도 많으니까요.” 그도 2000년 <개그콘서트>에서 내려온 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단역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차근차근 밟아 2005년 <웰컴 투 동막골>로 그해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까지 꿰찼다.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을 늘 해요. 정 안되면 기초를 다시 다지며 준비하는 기회로 삼는 거죠.”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오는 10월 두번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남은 버킷리스트는 뭘까? “연극도 다시 해보고 싶고. 아직 많죠. 그래서 계속 걷는 등 체력 관리도 해요. 한 우물만 열심히 파야 하는데 한쪽만 파서는 물이 안 나오니 할 수 없이 이곳저곳 파고 있어요. 하하하.” 신나는 그의 모습은 8월2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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