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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터뷰] ‘싱글벙글 쇼’ 떠나는 강석 “36년간 못한 ‘야 점심 먹자’는 말, 이젠 할 수 있죠”

등록 2020-05-06 15:56수정 2020-05-07 02:35

1986년 1월부터 라디오 최장수 진행
김혜영과 ‘환장의 짝꿍’으로 맹활약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빼곤 안 쉬어”

소시민 애환 담은 사연들 공감 백배
“고마운 것도, 미안한 것도 청취자
‘돌도사’ ‘똘이엄마’가 기억 남는 코너”

일요일 생방송 마지막으로 마무리
누리꾼들 하차 아쉬움·반대 목소리
후임 진행자엔 정영진·배기성 낙점
프로그램을 떠나는 소식이 알려진 6일 방송이 끝난 뒤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섰다. 문화방송 제공
프로그램을 떠나는 소식이 알려진 6일 방송이 끝난 뒤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섰다. 문화방송 제공
“워낙 긴 세월이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가 없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강석의 목소리에 애틋함이 묻어났다. 6일 오전 그가 36년간 진행해오던 라디오 프로그램 <싱글벙글 쇼>(문화방송 표준에프엠 95.9㎒)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앞서 제작진으로부터 진행자를 교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직 일요일(10일)까지 방송이 남아 있어 실감은 잘 안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36년 동안 매일 해오던 일을 하루아침에 관두는 마음이 오죽할까. 1952년생. 30대였던 그는 어느덧 68살이 됐다.

“티브이 진행도 하고 스포츠 앵커도 했지만 <싱글벙글 쇼>는 제게 좀 더 특별해요. 멘트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청취자의 피드백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고,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어요. 택시를 타면 기사님들이 택시비도 안 받으시려고 했죠. 즐거움을 줘서 고맙다며, 서민의 편에서 힘을 줘서 감사하다며…. 그런 프로그램이죠.” 그는 “마치 정년퇴임을 하는 기분”이라며 껄껄 웃었다.

강석-김혜영. 문화방송 제공
강석-김혜영. 문화방송 제공
<싱글벙글 쇼>는 1973년 10월8일 첫 방송을 했다. 강석은 허참, 송해, 박일, 송도순 등에 이어 1984년 1월16일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47년 프로그램 역사에서 그가 책임진 세월만 36년이다. 라디오 단일 프로그램 진행자로는 최장수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푸른 신호등>을 진행하다가 <싱글벙글 쇼>를 맡게 됐어요. 엽서로 사연을 받던 시절부터 문자메시지로 받던 시절을 거쳤죠. 방식은 달라졌지만 청취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늘 따뜻하게 담겼어요. 서민들의 애환을 많은 분이 내 이야기처럼 좋아해주신 덕분입니다.” 장수의 비결을 청취자에게 돌린다. 가장 고마운 분도, 미안한 분도 청취자란다. “정성껏 써서 보내주신 사연을 다 소개해드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미안할 것 같아요.”

강석-김혜영. 문화방송 제공
강석-김혜영. 문화방송 제공
1987년 1월16일부터 33년간 함께해온 김혜영과의 호흡도 환상이었다. “첫 짝꿍은 권기옥씨였어요. 그리고 최미나씨, 오미희씨와 했고 네번째 짝꿍이 지금까지 같이하는 김혜영씨죠. 청취자들이 둘의 호흡이 너무 좋다며 ‘환상의 짝꿍’이 아니라 ‘환장의 짝꿍’이라고 불렀어요. 하하하.”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까 아이디어를 내곤 했단다. 유명인 성대모사를 골자로 한 시사 콩트 등 수많은 꼭지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돌도사’와 ‘똘이 엄마’라고 한다. 그런 김혜영을 자주 못 보는 것도 아쉽지 않을까. “아쉽죠. 근데 아직 끝난 게 아니어서 실감이 안 나요.”

<싱글벙글 쇼>를 떠나며 ‘자연인’ 강석은 느긋한 점심시간을 되찾게 됐다. 그는 36년간 매주 월~금(과거에는 월~토) 생방송을 하고, 토·일은 녹음방송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빼고는” 단 한번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 방송 시간이 낮 12시20분~2시라서 36년간 평일 점심을 제때 먹은 적이 없단다. “방송을 하다 사람들이 점심 먹으러 가는 걸 보면 부러웠어요. 점심때 사람들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하하하.” 36년간 못 해본 말인 “야, 점심 먹자!”를 이제 할 수 있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로 프로그램을 떠나는 아쉬움을 애써 달랜다. “아직 안 끝났다니까요. 하하하. 일요일은 원래 녹음인데 마지막 날이라 생방송으로 진행해요. 일요일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끝까지 사랑해주세요.”

방송사 쪽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개편”이라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댓글 등을 통해 두 사람의 하차를 반대하거나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7년 프로그램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혜영과 강석. 문화방송 제공
2017년 프로그램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혜영과 강석.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은 봄 개편을 맞아 11일부터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한다. <싱글벙글 쇼>는 방송인 정영진과 남성 듀오 캔의 배기성이 맡는다. 강수지가 <원더풀 라디오>(표준에프엠 매일 저녁 8시5분)를 진행하고, 전효성이 <꿈꾸는 라디오>(에프엠포유 매일 저녁 8시)를 맡는다. 작사가 김이나가 <별이 빛나는 밤에>(표준에프엠 매일 밤 10시5분) ‘27대 별밤지기’가 됐다. 유튜브로 방영했던 <정치인싸>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5분 표준에프엠으로 자리를 옮긴다. ​​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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