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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뮤지컬 <차미>, 완전 쫀쫀하네~

등록 2020-05-05 17:46수정 2020-05-06 15:40

현실의 지질한 인생들
SNS 거짓삶으로 대리만족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창작 초연인데 만듦새 쫀쫀
110분 지루할 틈 없어
배우들 코믹 연기 찰떡 소화
뮤지컬 <차미>의 한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차미>의 한 장면. 페이지1 제공
‘아, 뭐가 이리 웃겨. 진짜~’

지난달 14일 시작한 뮤지컬 <차미>를 보고 있으면 혼잣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배꼽 빠져라 웃어댈 정도는 아닌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샌다. 슬픈 노래를 부르던 중 뜬금없이 “얼쑤~” 하며 국악 선율이 흐르는가 하면, 노래에 맞춘 배우들의 막춤 열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뭐지? 이 뮤지컬, 완전 특이하게 웃기네.

소재는 특별할 게 없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빠져 사는 시대상을 반영했다. 소심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인 차미호는 현실의 지질함을 소셜미디어 속 거짓 삶으로 대리 만족한다. ‘차미’라는 가상의 계정을 만들어 ‘뽀샵’한 사진을 올리고, 화려한 남의 인생을 자기 인생처럼 가져온다. 현실의 그는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삶을 산다. 그 계정 속 차미가 실제 사람이 되어 차미호 앞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품을 집필한 조민형 작가는 “다른 사람의 소셜미디어 속 모습을 훔치는 사람에 대한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세계인 5명 중 1명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시대, ‘좋아요’에 집착하는 차미호의 모습에서 지금 내 모습이 보이는 사람, 손!

창작 초연인데도 만듦새가 쫀쫀하다. 110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2016년 시작해 2020년 초연을 올리기까지 4년 동안 ‘리딩 공연’ 한 번과 시험공연(트라이아웃) 두 번을 거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덕이다. 박소영 연출은 “두 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여 그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다. 간결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인생은 퍼즐을 맞추는 거야~”하고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등 넘버(19곡)들도 적절하게 흐른다. 팝과 발라드는 물론, 록과 랩, 탱고, 국악까지 다채롭다.

뮤지컬 <차미>의 한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차미>의 한 장면. 페이지1 제공
무엇보다 배우들이 비(B)급 감성 담은 코미디 연기를 정색하고 잘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연극 <아마데우스> 등 큰 공연을 주로 했던 함연지는 자존감 낮은 취준생 연기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화려한 드레스를 벗고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의 귀여운 차미호(함연지·유주혜·이아진)로 변신한다. 차미(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와 김고대(최성원·안지환·황순종)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그렇지만, 재미의 핵심은 오진혁 역할이다. ‘왕자병’ 가득한 허세남을 문성일, 서경수, 강영석, 이무현까지 누가 1등이랄 것도 없이 철판을 깔고 소화한다. 모두 “실제 성격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본모습인 줄~”이라는 감상평에 ‘좋아요’ 한 번.

뮤지컬의 핵심 주제는 ‘나를 사랑하자’다. 박소영 연출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길 원했던 인물이 판타지 같은 상황 속에서 또 다른 나와 마주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게 쉽지 않은 시대, 그래도 ‘차미호’와 함께 노력해보자. 남자에게 벽 키스 등을 받는 걸 소망하던 차미호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하는 것처럼, ‘야 너도 할 수 있어’! 7월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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