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다가 아프다가 슬프다가 만감이 교차한다.”
2014년 초연한 연극 <흑백다방>은 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의 중심지 부산 남포동에 있는 심리 치유 장소인 흑백다방에 과거에서 온 한 청년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 경찰이었던 주인은 손님들에게 상담을 해주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데, 청년이 하나씩 꺼내놓은 이야기는 그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들이다. 작품은 암울한 시절, 서로 다른 상황에 놓였던 두 사람의 날 선 공방을 통해 분노·아픔·슬픔을 동시에 불러낸다.
<흑백다방>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초연 이후 거의 매년 꾸준히 무대에 올랐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멈췄던 공연계의 시동을 거는 의미도 더해졌다. 초연 때 호흡을 맞춘 김명곤과 윤상호가 출연한다. 엘피(LP)판 등 1980년대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따뜻한 향수를 불러올 듯싶다.
이 작품은 2014년 ‘한국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등 국내 각종 연극제에서 상을 받았다. 일본, 터키, 영국, 미국 등에서도 초청받아 공연했다. 영어 버전인 <블랙 앤드 화이트 티룸>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차현석 연출은 “자신과 타인, 국가의 과거와 현재에 빚어진 상처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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