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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구름빵’ 작가는 엄마나 아빠가 없는 친구들에게 미안했대

등록 2020-04-18 09:35수정 2020-04-21 18:14

[토요판] 인터뷰
‘아동문학계 노벨상’ 백희나 작가

종이 인형을 3차원 배경에서 촬영
납작한 책에 입체적 부피 불어넣어

“그래도 중요한 건 기법보다 이야기
첫 책 ‘구름빵’ 4인가족 무심히 설정
한부모가정·혈연관계 아닌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 작품에 담는 중”

‘구름빵’ 저작권 논란 속 작가들에겐
“불공정 계약 당당히 수정 요구하길”
작업실에서 점토 인형으로 캐릭터를 빚고 있는 백희나 작가. 책읽는곰 제공
작업실에서 점토 인형으로 캐릭터를 빚고 있는 백희나 작가. 책읽는곰 제공

▶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수공예와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결합하는 기법으로 독창적인 그림책 세계를 구축한 그의 창작 타임라인엔 한 가지 물음표가 있다. 7년이란 ‘공백’이 그것이다. 길고 어두웠다는 그 침잠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기에 이토록 빛나는 작품들을 다시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

백희나(49) 작가의 그림책은 독특하게 푸르다. 생기를 가득 머금은 아이들의 푸름과, 까만 밤을 지나온 고요한 푸름이 섞여 있다. 에너지가 다른 두 푸른빛을 띤 백희나의 그림책은 수많은 어린아이를 웃게 하고, 어른들은 울게 한다. 20만부가 팔린 <알사탕>을 비롯해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인 그의 책 리뷰를 보면 이런 내용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울었네요.”

지난달 31일(스웨덴 현지시각)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그는 수상 소감에서 “새벽이 오기 전 지금이 가장 어두운 순간인가 생각할 때” 이 상이 왔다고 했다. 그가 “가장 어두운 순간”이라고 말할 때, 특유의 ‘뭉클한 푸름’과 함께 백희나를 대표하는 첫 작품 <구름빵>(2004) 이후 창작물이 나오지 않은 7년이란 시간이 떠올랐다.

그림책 <나는 개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캐릭터가 생동한다. 백 작가는 “<알사탕>을 만드는 동안 마음에서 무르익힌 작품”이라고 말했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그림책 <나는 개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캐릭터가 생동한다. 백 작가는 “<알사탕>을 만드는 동안 마음에서 무르익힌 작품”이라고 말했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7년간 백희나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 ‘침잠’에서 올라온 뒤 지금까지의 시간은, 그림책 12권이 쏟아져 나온 시간이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장이 가장 좋은 작품으로 최신작(<나는 개다>)을 꼽을 만큼 작가로서 진화한 시간이다.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백희나를 향한 세계의 환호도 커져갔다. 9개 작품이 국외에 번역 출간됐고, <구름빵>은 프랑스·독일·대만 등 10여개국 독자와 만났다. <알사탕>은 지난해 ‘일본그림책대상’ 번역 그림책 부문과 독자상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스로 “염세주의자”라는 그림책 작가의 “어둠”과 지금의 영광에 대해, 무엇보다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인물은 삶의 마디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듣고 싶었다. 외국에 있는 그와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___________
한마디로 “진짜 재밌는 이야기”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세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는데요.

“제 삶이 이렇다 하게 달라졌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다만 이전까지 전전긍긍하고 불안했다면, 이젠 자신감을 좀 가지게 될까 하는 기대가 있고요. 스스로를 믿고 좀 더 즐기면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작업은 주로 어떻게 시작되나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작업의 원점이 된 적은 별로 없어요.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해서 작품을 끌어낸 것이 창작의 출발이지요. 영감 같은 건 결코 찾아오지 않아요. 그냥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제 창작 원칙입니다.”

2차원의 종이인형을 만들어 빛과 그림자가 있는 3차원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기법은 백희나의 브랜드가 됐다. <구름빵>과 <달 샤베트>가 대표적이다. 이런 독창적 기법은 “평면적인 종이와 입체적인 공간의 대조를 통해, 독자들을 저항할 수 없이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역동적이고 마술적인 세계를 창조한다”(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평)는 평가를 받는다. 종이책의 납작한 공간을 열어 부피를 부여하는 조명, 클로즈업과 롱샷이 번갈아들며 자아내는 리듬감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도 낸다.

<달 샤베트>는 히치콕의 1954년작 영화 <이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림책이다. 평면적인 종이인형과 절묘한 조명이 만나 역동적인 입체감을 만든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달 샤베트>는 히치콕의 1954년작 영화 <이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림책이다. 평면적인 종이인형과 절묘한 조명이 만나 역동적인 입체감을 만든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달 샤베트>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달 샤베트>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종이인형을 거쳐 스컬피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백희나의 입체적 표현력은 더욱 풍부해진다. 스컬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모형 제작용으로 쓰이는 재료 중 하나로, 구우면 딱딱해지는 점토다. 찰흙과 달리 물에 망가지지 않는다. “<장수탕 선녀님>(2012), <알사탕>(2017), <나는 개다>(2019) 등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캐릭터들은 이 소재에 힘입어 더 정확한 해부학적 특징, 움직임, 표정을 단단한 몸에 간직하고 있다.”(심사평) 그는 대학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가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도 했다.

―2차원에서 3차원을 구현하는 스타일은 ‘영상의 시대’에 종이책의 한 생존 전략 같기도 합니다.

“재밌는 시각이네요. 그림책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위해 물체를 조금씩 움직이며 반복적으로 촬영하는 기법)을 가미한 전자책(e북)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의 생존법을 고민해본다면, 시각적인 방식보다 이야기의 힘에 더 무게를 두고 싶어요.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여러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고, 표현 방식을 떠나 무엇보다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면요?

“이야기예요.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알사탕> 한 장면. 꼬마 ‘동동이’는 강아지 ‘구슬이’의 털빛을 닮은 사탕을 먹고서 구슬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구슬이는 왜 자꾸 도망갈까?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늙어서 그래. 자꾸 눕고 싶거든.” “아, 그랬구나. 자꾸 끌고 다녀서 미안.”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알사탕> 한 장면. 꼬마 ‘동동이’는 강아지 ‘구슬이’의 털빛을 닮은 사탕을 먹고서 구슬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구슬이는 왜 자꾸 도망갈까?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늙어서 그래. 자꾸 눕고 싶거든.” “아, 그랬구나. 자꾸 끌고 다녀서 미안.”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알사탕>은 아이가 자기와 남을 헤아리는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동동이’라는 아이가 텅 빈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보여주며 책은 시작된다. 구슬을 사러 갔다가 구슬처럼 생긴 마법의 사탕 한 봉지를 갖게 된 동동이. 사탕을 한 알 먹고 침을 꼴깍 삼켰다.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린다. “너희 아빠 보고 방귀 좀 그만….” 앗, 소파의 목소리!

다른 사탕을 하나씩 맛볼 때마다 반려견의 마음, 잔소리뿐인 아빠의 속마음, 돌아가신 할머니의 다정한 안부와 놀이터 나무의 낙엽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투명한 사탕’이 이상하다. “아무리 빨아도 그냥 조용했다.” 동동이는 처음으로 입을 떼본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해 버리기로 했다. 나랑 같이 놀래?” 가장 중요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감동적인 장면. 이제 친구와 동동이가 함께 노는 놀이터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알사탕>엔 한글을 서사에 통합하는 독창적 시도가 담겼다. 떨어지는 낙엽과 한글로 ‘안녕’이 여러 번 적힌 텍스트가 겹을 이룬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시적 위엄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알사탕>엔 한글을 서사에 통합하는 독창적 시도가 담겼다. 떨어지는 낙엽과 한글로 ‘안녕’이 여러 번 적힌 텍스트가 겹을 이룬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시적 위엄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알사탕>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알사탕>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떤 점을 유념하세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게 노력해요. 특히, 그동안 이야기 속에서 배제됐던 상황의 아이들이 자신을 주인공과 동일시할 수 있는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년 전 나온 <구름빵>은 엄마, 아빠, 누나, 남동생의 이야기인데요. 무신경한 저런 설정이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지 정말 미안합니다.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떤 구성이라도 사랑만 있다면 그걸로 완벽한 가족, 가정이니까요. 그래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알사탕>),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상한 엄마>), 혈연관계가 없는 가족(<삐약이 엄마>)의 모습을 그린 거예요.”

<삐약이 엄마>. 달걀을 먹고 병아리를 낳아버린 고양이다. 종은 달라도 두 생명은 가족이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삐약이 엄마>. 달걀을 먹고 병아리를 낳아버린 고양이다. 종은 달라도 두 생명은 가족이다.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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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월드’의 책 요정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여자아이와 나이 든 여성이 돋보인다는 점도 백희나가 창조한 캐릭터들의 특징이다. <구름빵>에선 누나 고양이가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가져오고, <달 샤베트>에선 아파트 반장 할머니가 기후변화의 해결사다. 할머니는 녹아버린 달 물을 받아 달맞이꽃을 피운 뒤 밤하늘에 다시 달을 띄운다.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여자아이와 할머니가 함께 물속을 헤엄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이때 여성은 “세대를 연결하는 강한 고리”로 상징되며, 여성의 몸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성적 대상화 없이 사실 그대로 표현된다. 백희나는 가장 좋아하는 아동문학 책으로 ‘127살 꼬마 마녀’가 주인공인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를 꼽았다. 그는 “소박한 판타지가 있고, 일하는 여자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고 말했다.

<장수탕 선녀님>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장수탕 선녀님>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달 샤베트>는 마지막 장까지 사랑스러워요. 서지 정보에 ‘육아와 집안일 큰 도움 김순덕’ ‘현실적인 조언 천상현’ ‘힘 솟는 케이크 임홍재 백주나’ ‘책 요정 이기섭’….

“<구름빵> 이후 7년간 창작하지 못하다가, 1인 출판사(스토리보울)를 차려서 처음 낸 책이거든요. 그땐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창작에 몰두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쪽그림, 백화점 디스플레이 등 들어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무리하게 했어요. 그때 생긴 얼굴 신경마비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 있고,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아요. 그래도 작업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서, 부엌 식탁에서 했어요. 식구들 밥 먹을 땐 죄다 치우고, 아이가 있어서 작업 중간에도 일감을 치워야 했지요. 치웠다 다시 세웠다… 그 과정이 시간을 엄청 지체시켰지만, 혼자 읽다가 끝나는 책이 될지라도 만들자는 각오로 다시 시작했어요. 그때 가족, 출판계 종사자 등 고마운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67쇄를 찍은 <구름빵>은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는 등 대성공을 거뒀지만, 백희나에게 돌아온 수익은 계약금과 추가 지원금을 더해 1850만원이 전부다. 백희나에겐 <구름빵> 저작권이 없다. 신인 시절 출판사(한솔교육)와 맺은 계약에 저작권을 일괄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구름빵> 저작권 논란은 출판계 불공정 계약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됩니다.

“신인 작가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정하지 않은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당당하게 수정을 요구하세요. 어떤 말이 돌아와도 상처받지 마세요. 스스로 최고를 만들었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자신의 작품을 대해주세요. 작가는 일회용 도구처럼 여겨져선 안 됩니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창작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긴 시간을 통과한 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을 듯합니다.

“그 7년은 정말 아깝지만… 누군가를 믿고 함께 일할 자신이 없던 제가 협업의 즐거움을 처음 경험했다는 점. 그게 가장 중요한 변화네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책읽는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책읽는곰’은 2014년 <달 샤베트>를 다시 펴낸 이후부터 줄곧 백희나의 작품을 도맡아 출간하고 있다.

―출판공동체에 대한 신뢰 회복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인가요?

“그렇지요. 작품에 대한 수정 요구가 들어와서, 그 이유를 물으면 깊은 생각이 돌아왔고요. 콘텐츠 2차 가공과 관련한 사항 또한 빠짐없이 알리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런 피드백과 기본이 지켜진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어요. 책 만드는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회복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픈 ‘호호’를 돌보러 온 ‘이상한 엄마’. 가장 크고 푹신한 구름을 골라 호호를 눕혀준다. <이상한 엄마>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픈 ‘호호’를 돌보러 온 ‘이상한 엄마’. 가장 크고 푹신한 구름을 골라 호호를 눕혀준다. <이상한 엄마>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이상한 엄마>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이상한 엄마>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재사용을 금지합니다.)

―서재가 궁금한데요. 독자들이 보면 깜짝 놀랄 것 같은 책이 있나요?

“<서양골동양과자점> 번외편. 저도 깜짝 놀라 작업실 책장에 따로 숨겨뒀어요.”

―자주 선물하는 책이 있다면요?

“<달 샤베트>, 쓰즈이 도모미의 소설 <먹는 여자>, 가쿠타 미쓰요의 에세이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먹는 이야기 좋아해요.”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염세주의자 그림책 작가라니요!

“인생은 비극이지요. 지구는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사람들은, 심지어 아이들도 놀라울 만큼 이기적으로 변해가요. 끝이 좋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볼 여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날 선 마음을 어루만지고, 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바른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는 역할.”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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