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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초팽’ 조성진 손길 타고…“슈베르트도 어렵지 않다 느끼게”

등록 2020-04-14 06:00수정 2020-04-14 07:37

다음달 새 음반 <방랑자> 발매
5년간 ‘클래식계 아이돌’ 여정
코로나 사태로 ‘잠깐 멈춤’

슈베르트·베르크·리스트
처음으로 세 작곡가 곡 섞어
“그래도 한번은 리사이틀 같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음 달 8일 새 음반 &lt;방랑자&gt;를 내놓는다. 전작과 달리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엮는 등 달라진 시도가 눈길을 끈다. @크리스토프 쾨스틀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음 달 8일 새 음반 <방랑자>를 내놓는다. 전작과 달리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엮는 등 달라진 시도가 눈길을 끈다. @크리스토프 쾨스틀린

‘쇼팽’으로부터 5년. 조성진은 많은 것이 변했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이른바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셀럽 생활이 시작됐다. 그의 음반은 대중가수 버금가는 판매고를 올렸고, 연주가 끝나면 그를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그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조성진도 “지난 5년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정리했다.

무엇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기쁨과 고뇌가 함께 따랐다. 2021년까지 일정이 빼곡할 정도로 찾는 곳이 많아졌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주로 ‘쇼팽’에 집중됐다. ‘조성진’과 ‘쇼팽’을 합친 ‘초팽’은 별명이 됐다. 2018년 <뉴스룸>(제이티비시)에 출연해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을 당시 그는 “콩쿠르 이후 쇼팽 곡을 정말 많이 쳤어야 했다. 쇼팽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브람스는 20대 초반에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난 5년간 더 커졌다.”

@크리스토프 쾨스틀린
@크리스토프 쾨스틀린

다음달 8일 발매되는 <방랑자>는 폭풍우처럼 휘몰아친 조성진의 5년이 집대성된 음반처럼 느껴진다.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 등 주로 한 작곡가의 작품만 녹음했던 것과 달리 여러 작곡가의 곡을 섞었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세곡이 정교하게 담긴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콘셉트에 맞춰서 레퍼토리 프로그램 짜는 걸 잘하지만 나는 한 작곡가만 리코딩하는 게 더 쉽고 편했다. 그래도 한번은 리사이틀 프로그램같이 여러 작곡가를 엮어 녹음해보고 싶었다”는 말에서 틀을 깨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읽힌다. 세곡을 엮은 이유는 “모두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연결되어 있어 한 악장처럼 들린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살에 재능을 발견한 뒤 12살에 첫 독주회를 여는 등 승승장구해온 천재적인 실력이 이 한장의 음반에서 펼쳐진다. 기술적으로 어렵기로도 유명한 곡을 듣기 쉽고 편하게 연주해내는 내공을 발휘한다.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자신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난곡이다. 그는 “테크닉이 어려운 걸 감추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서 어렵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름답구나, 서정적이구나 느끼게 하고 싶었다. 특히 리스트의 소나타는 세곡 가운데 가장 길고 스케일이 커서 더 어려웠다. 그러려면 (스스로) 테크닉적으로 편해야 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는 2011년 이후 3년에 한번은 리스트 소나타를 무대에서 연주했는데 그럴 때마다 해석이 바뀌었다고 한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유니버설뮤직 제공

<방랑자>는 ‘청년’ 조성진의 삶을 내포한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이후 전세계를 도는 삶을 살고 있다. 2015년부터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떠나는 일상은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후반의 청년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일상일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음악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다. (집에 있으면서) 에밀 길렐스와 예핌 브론프먼 등 연주자 위주로 곡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혼자 있는 게 힘들거나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연주하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그는 요즘도 매일 하루 4~5시간씩 연습하는 등 삶 전체가 피아노로 연결되어 있다. 앨범 작업을 많이 하지만 현장 연주가 더 체질에 맞아서 이번 <방랑자> 음반도 관객 앞에서 친 곡을 기초로 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도 모두 음악 이야기만 한다. “다음 음반은 다시 ‘쇼팽’이 될 것 같다.” 연주자의 삶을 타고난 것 같은 그의 ‘방랑’의 끝에는 또 어떤 그림이 기다리고 있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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