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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터뷰] 리시차 “코로나에도 예정대로 공연…난 한국을 믿으니까요”

등록 2020-03-19 18:13수정 2020-03-20 14:24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클래식+온라인’ 접목 선구자
베토벤 탄생 250주년 맞아
초·중·후기 대표 난곡 선보여

“따뜻하고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
위안과 희망 줄 수 있게 돼 기뻐”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해 공연을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코로나19 확산으로 내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전해진 이 한마디에 공연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그는 오는 22일, 예정대로 3년 만에 한국에서 독주회를 연다.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같이 아팠다. 그렇지만 단결에 대한 강한 의지와 규칙을 잘 세워 이행하는 시민의식, 이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십 덕분에 뉴스가 점점 긍정적으로 변했다. 끔찍한 재앙에 맞선 투쟁이 승리할 수 있음을 접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18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리시차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신뢰하게 된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거침없는 답변처럼 리시차는 무대 위에서도 속도감 있는 연주를 보여준다. 주로 어려운 곡을 선택하는 그는 힘있는 연주로 듣는 이들을 빠져들게 한다. 앞선 2017년 내한 공연에서는 3시간30분 동안 연주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보는 연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쉴 새 없이 건반 위를 나는 손가락, 지치지 않는 리시차, 숨죽이는 관객이 어우러져 공연 자체가 한편의 영화와 같은 장면을 완성한다.

‘격정과 환희’로 이름 붙인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극적인 분위기와 난도 높은 테크닉이 강조되는 ‘폭풍’ ‘열정’ ‘하머 클라비어’를 연주한다. 베토벤 탄생 250돌을 맞아 그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초기, 중기, 후기의 대표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열정’과 ‘하머 클라비어’는 어려운 곡이라 한 프로그램으로 묶는 연주는 흔치 않다. 그도 “‘하머 클라비어’는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다. 메트로놈 템포 같은 테크닉적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극적인 음악이 우리를 강렬한 순간으로 데려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한국에서 여러 차례 공연했지만, 이번 내한이 좀 더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그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클래식에서도 온라인 생중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리시차는 이 부분에선 선구자다. 2007년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큰 인기를 끌면서 명성을 얻은 그는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그의 영상은 1억뷰를 기록하기도 했다.“(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베를린 필하모닉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 서비스를 한달 무료로 제공했다. 이런 대단한 시도는 위험이 사라졌을 때도 이어져야 한다. 마침내 보수적인 클래식계도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유튜브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가치 있는 도구다.”

3살 때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시작한 리시차는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콩쿠르에 집착하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리시차는 프로 체스 선수의 꿈을 꿨을 만큼 두뇌 회전이 뛰어나지만, 한편으론 강도 높은 훈련을 거뜬히 견디는 노력파기도 하다. 그는 “‘하머 클라비어’를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하루 8~12시간씩 연습했는데, 내겐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치고는 잘한다’는 식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클래식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해왔다. “사람들이 나의 완벽한 테크닉에 대해 신체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할 때마다 웃는다. ‘남자다운’ 또는 ‘여자다운’이란 의식은 성역할을 구분 짓고 가르치는 데서 비롯된다. 어린 소년이 악기를 섬세하게 연주하면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칭찬받는다. 반대로 어린 소녀가 거장의 곡에 감명받아 크고 빠르게 연주하면 둔하다는 이유로 혼이 나곤 한다. 이런 평가는 나중에 두 삶에 큰 차이를 만든다”며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자신만의 관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나만의 한국 관객’을 위해 22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한국 관객들은 불꽃놀이처럼 따뜻하고 열정적인 감성을 갖고 맞아주고 반응해준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일수록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럴 때에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영혼을 안아 주기 위해, 어려움을 잊고 꿈을 갖도록 해주기 위해, 내가 이렇게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이번 공연은 나에게도 내가 가진 예술적 재능과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소중한 순간이 될 것 같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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