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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영화계, 코로나 다음은 개봉관 확보전?

등록 2020-03-16 20:09수정 2020-03-17 10:04

관객 발길 끊긴 극장 가뭄 심화
개봉 연기 작품만 50여편 추정
텐트폴 피해 5~6월에 몰릴 듯

비수기 노리던 소규모 배급사
개봉 포기나 IPTV 직행도 고려
적잖은 홍보비에 미루기도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작품 올리기도

영화관 단축 운영·잠정 중단 속출
재개봉·기획전으로 돌파구 찾아
“영화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어요.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거죠.”

한 영화계 관계자는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영화계엔 유례없는 가뭄이 시작됐다. 지난 2월 국내 관객은 737만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66.9%(1490만명) 감소했다. 3월 들어선 하루 관객이 5만명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주말(14~15일) 관객 수도 20만명을 밑돌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영화계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이 앞으로도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더라도 영화계는 ‘상영관 확보’를 둘러싼 더 큰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 이후 한국 영화는 물론 외화까지 개봉 일정을 대거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50여편이 개봉을 미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월26일 개봉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과 3월5일로 잡혔던 <결백>은 개봉을 연기했다. 3월18일 <콰이어트 플레이스2>, 3월25일 <뮬란> 등 외화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가 3월 한달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피터 래빗>(4월29일), <국제수사>(4월15일) 등 4월 예정작도 줄줄이 개봉을 미루고 있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관계자는 “3~4월은 비수기라 틈새시장을 공략할 전략으로 개봉을 준비했던 중소규모 작품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4월엔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다 해도 사전 홍보에 2~3개월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봉 연기작들은 5~6월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7~8월에는 각 배급사와 극장이 그해 주력 작품인 ‘텐트폴’ 영화를 대거 편성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시기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배급사들 사이에서는 “개봉관 수는 정해져 있는데 경쟁작이 늘면 상영 횟수가 줄어들거나 초반 반응에 따라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일부에선 경쟁이 덜한 하반기를 공략하거나 아예 개봉을 포기하고 아이피티브이로 직행하는 움직임도 있다. 5월 개봉 예정이던 <분노의 질주 시즌9>는 내년 4월로 변경했고, 다음달 개봉 예정이던 007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도 11월로 연기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라 배급사와 개봉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개봉을 미루기도 쉽지만은 않다. 연기를 한다 해도 상영관을 잡기가 쉽지 않고, 다시 홍보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용길이네 곱창가게>도 이미 홍보 마케팅비까지 다 쓴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을 강행했다. 그 때문에 개봉을 연기했던 <주디>(25일), <온워드>(4월15일), <이장>(3월25일), <첫 키스만 50번째> <퀸 오브 아이스>(3월26일)도 잇달아 개봉 일정을 확정했다. <주디>를 수입한 퍼스트런 쪽은 “개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연기했기 때문에 홍보·마케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아예 하반기로 미루면 인지도를 다시 쌓아야 하기에 빨리 개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작 개봉 연기와 관객 수 급감으로 영화관도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씨지브이는 대구 지역 극장 9곳의 운영을 지난달 28일부터 잠정 중단했고, 전국 상영관 상영 회차를 6~7회에서 3회차로 단축 운영하고 있다. 이에 영화관들은 재개봉·기획전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씨지브이는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롯데시네마는 ‘힐링 무비 상영전’을 진행 중이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13개 회원사의 미개봉 신작 10편을 공동 배급·개봉하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을 기획한 것도 자구책의 일환이다.

한편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마음 나누기 운동은 영화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씨지브이는 “영화관에 입점한 중소업체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계약 기간을 이 시기만큼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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