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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총보다 무섭다”…그 땐 몰랐다, 드라마의 경고

등록 2020-03-09 17:56수정 2020-03-10 02:35

[‘바이러스의 위험’ 예고한 작품들]
2013년작 ‘세계의 끝’ ‘더 바이러스’
요양병원·슈퍼전파자·대중교통 등
영상으로 펼쳐지는 감염 경로에
방영 당시보다 더 큰 화두로 부상

마스크 구매 행렬 속 감염자
아픈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
코로나19 사태와 판박이 설정
인간 이기심이 불러올 위험 예고
2013년 드라마 <더 바이러스>(OCN·사진 왼쪽)와 <세계의 끝>(JTBC)은 코로나19로 고통받은 2020년 현실을 닮은 내용이 눈길을 끈다. 바이러스가 일상을 뒤흔드는 모습은 방영 당시와 달리 낯설지 않다. 프로그램 갈무리
2013년 드라마 <더 바이러스>(OCN·사진 왼쪽)와 <세계의 끝>(JTBC)은 코로나19로 고통받은 2020년 현실을 닮은 내용이 눈길을 끈다. 바이러스가 일상을 뒤흔드는 모습은 방영 당시와 달리 낯설지 않다. 프로그램 갈무리

확진자 7382명, 사망자 51명(3월9일 오전 기준). 대한민국은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이제 어색하지 않고, 거리는 좀비가 출몰한 도시처럼 한산하다. 가끔 이게 현실인가 싶어 뺨을 꼬집어본다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전염병 바이러스의 위협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라던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는 걸까.

수많은 과학자들과 함께 드라마도 이런 상황을 이미 경고했다. 2013년 3~5월 방영한 <세계의 끝>(제이티비시)과 <더 바이러스>(오시엔)가 그랬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영향인지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바이러스 감염은 비현실적이라 여겨져서인지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이들 작품이 담아낸 현실감이 새삼 화두에 오르고 있다.

&lt;세계의 끝&gt;의 한장면. 당시 드라마에서는 낯설었던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의 모습이 이젠 어색하지 않다. 프로그램 갈무리
<세계의 끝>의 한장면. 당시 드라마에서는 낯설었던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의 모습이 이젠 어색하지 않다. 프로그램 갈무리

코로나19는 잡히는 듯하던 순간 ‘신천지 신도’라는 슈퍼전파자에 의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드라마는 누구나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끝>은 원양어선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남자가 친구부터 시작해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그 감염이 어떤 과정으로 전파되는지를 <더 바이러스>는 집중해서 보여준다. 요양병원에서 감염된 슈퍼전파자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가 잡은 지하철 손잡이를 만진 누군가는 친구와 악수를 하고, 악수를 한 친구는 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안주를 나눠 먹으며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진다. 코로나19 이후 뉴스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던 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눈앞에서 영상으로 펼쳐지는 대목은 섬뜩하다. “바이러슨지 뭔지 걸리기도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더 바이러스> 속 식당 주인의 모습 역시 지금의 우리들이다.

2013년 방영한 드라마 &lt;더 바이러스&gt;의 한장면.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현실의 우리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한다. 프로그램 갈무리
2013년 방영한 드라마 <더 바이러스>의 한장면.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현실의 우리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한다. 프로그램 갈무리

의료진들은 코로나19 감염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에 앞다퉈 달려갔다.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 삼은 드라마들은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활약에 특히 주목한다. 코로나19로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지를 비추는데 현실의 그들이 겹쳐진다. <세계의 끝>에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은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 앞에서도 방호복 하나에 의존하며 현장에 뛰어든다. 매일 듣는 ‘역학조사’라는 게 말이 쉽지, 그들은 24시간 일하며 감염 경로를 알아내려고 음식물쓰레기까지 뒤진다. 방독면과 방호복이 몇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제멋대로인 환자한테 치이는 의료진의 모습 역시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lt;세계의 끝&gt;의 한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세계의 끝>의 한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재난 속에서 불신은 쌓이고 이기심은 드러난다. 실제로 감염이 되고도 마스크를 사겠다며 줄을 서는가 하면, 거짓말을 하며 많은 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벌어졌다. 드라마들은 그 이기심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끝> 속 최초 감염자는 자신이 감염된 걸 알고 난 뒤에도 “생체 실험을 당할 것이다”라며 계속 도망 다닌다. 개인병원 의사는 혼자서 어떻게 해보겠다며 격리병동을 거부한다. <더 바이러스>에서는 현실처럼 아픈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병원도 등장한다. <세계의 끝>에서 똘똘 뭉친 감염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도 알리지 않고 자판기 물에 침을 뱉는 등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드라마 속 관리자들의 행태는 현실에서도 그럴까 두렵기만 하다. <세계의 끝>에서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한 원양어선 회사는 보험금을 타려고 배에 불을 내고 상황을 함구하고 조작한다. <더 바이러스>는 백신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자들로 인해 더 많은 이가 감염되고 사망한다. “질병도 돈이 되는 세상”이라는 극중 백신 개발 회사의 행태는 가격 폭등에 앞장선 현실의 마스크 회사와 닮았다.

&lt;세계의 끝&gt;의 한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세계의 끝>의 한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드라마는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바이러스는 총보다 더 무섭다. 총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무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현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던 이들이 또 걸리는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변종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등장할 것임을 경고한다. <세계의 끝>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가 했더니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많은 이가 우울증에 폭력성까지 갖게 된다. <더 바이러스> 역시 변종 바이러스로 집단자살까지 벌어진다. “이제 우리가 대비해야 할 건 총과 칼을 든 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더 바이러스> 속 대사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결국, 내 몸을 던져 희생한 이들이 백신을 만들고,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금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실의 우리 역시 드라마처럼 곧 평범한 일상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더 바이러스>에서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까지 해가며 슈퍼 백신을 연구했던 의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머지않아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류는 위험에 빠질 것이다. 슈퍼 백신만이 미지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자연은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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