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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3년 만에 ‘경주타워 원작자 유동룡’ 명예 되찾았어요”

등록 2020-02-18 20:44수정 2020-02-19 02:37

건축가 ‘이타미 준’ 딸 유이화 소장
17일 경주엑스포공원 새 현판 세워
“다큐 ‘이타미 준의 바다’ 성원 덕분”
지난 17일 경주엑스포공원에서 열린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현판식에서 유이와 이타미준건축사무소장이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7일 경주엑스포공원에서 열린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현판식에서 유이와 이타미준건축사무소장이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비록 아버지는 떠나고 안 계시지만 뒤늦게나마 ‘건축가 유동룡’의 명예를 되찾아서 다행스러워요. 13년 만에 온전히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보고 성원해주신 관객들 덕분이지요.”

지난 17일 경북 경주엑스포공원에서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현판식을 성대히 마친 고인의 딸 유이화 이타미준(ITM)건축사무소장은 “애초에 아버지 원안대로 건축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경북도와 엑스포 쪽에서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건축물 디자인 표절을 사과하고 바로잡은 것은 좋은 선례”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유동룡(1937∼2011·예명 이타미 준)은 2004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상징건축물 공모에 지명 참가해 우수작에 뽑혔다. 그런데 2007년 8월 완공된 경주타워는 당선작이 아닌 유씨의 설계작과 비슷했다. 유리로 된 사각형 타워 안쪽을 신라시대 황룡사 9층 석탑 모양으로 투각하고 꼭대기층에 전망대를 둔 것이다. 이에 유 선생은 표절 소송을 냈고, 2011년 7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경주타워의 디자인 원작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한달 전 이미 별세한 뒤였다.

“끝까지 싸워 명예를 지켜달라”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유 소장은 다시 ‘디자인 원작자 이름 표시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마침내 2012년 경주타워에 ‘원저작자 유동룡(이타미 준)'을 명시한 표지석이 설치됐다. 하지만 표지석이 구석 바닥에 깔려 잘 띄지 않는 데다 문구 도색이 벗겨지는 등 훼손이 심했다. 지난해 8월 극장 개봉된 유동룡 일대기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감독 정다운)를 통해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1978년 아버지의 첫 한국 작품인 온양민속박물관 건축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조문현 변호사(법무법인 두우앤이우)가 지금껏 소송을 맡아주셨는데, 지난해 영화를 보시고 수임료를 받지 않을테니 재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다시 하자고 제안해주셨어요.”

새 표지석 설치 요구 소송에 경주시와 경주엑스포는 맞소송으로 대응했지만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결단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이 도지사는 표절 사실을 사과하고 새 표지판도 제대로 세우게 했다.

경주엑스포공원의 상징 조형물인 경주타워 앞에서 지난 17일 원저작권자 유동툥 선생을 알리는 새 현판이 세워졌다. 사진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제공
경주엑스포공원의 상징 조형물인 경주타워 앞에서 지난 17일 원저작권자 유동툥 선생을 알리는 새 현판이 세워졌다. 사진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제공
가로 1.2미터 세로 2.4미터의 새 현판에는 유동룡의 건축철학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수상 경력, 서울 인사동 학고재 갤러리, 제주 포도호텔·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 등 대표작 소개가 담겼다.

“덕분에 경주타워는 한국건축사에 기념비로 남게 됐어요. 공공기관에서 디자인 표절을 했고,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았고, 아이디어를 훔쳐도 디자인 완성도는 베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니까요. 도움 주신 분들께 고마울 뿐입니다.”

경주엑스포에서는 내년 ‘유동룡 10주기 헌정 미술전’도 열기로 했다. 2018년부터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씨는 ‘이타미 준 건축상’ 제정과 부친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제주도에 기념관을 설립하고자 여전히 분주히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17일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새 현판 앞에서 함께한 이철우(왼쪽부터) 경북도지사, 유이화 소장,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 경북도 제공
17일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새 현판 앞에서 함께한 이철우(왼쪽부터) 경북도지사, 유이화 소장,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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