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배철수 잼(JAM)> 진행자 배철수. 문화방송 제공
방송사는 토크가 하고 싶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스비에스)에 이어 <배철수 잼(JAM)>(문화방송)이 3일 시작하는 등 지상파에서 ‘1인 토크쇼’가 되살아났다. 앞서 <한국방송2>도 <대화의 희열> 시즌1·2를 2018년과 2019년 방영한 바 있다.
모두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이동욱이 진행을 맡아 스튜디오에서 매주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 <배철수 잼>도 배철수가 보조진행자 이현이와 함께 매회 새 인물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대화한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스튜디오에서 펼치는 이야기와 초대 손님과 관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나누는 현장 토크 등을 삽입했다. <배철수 잼>은 리듬과 코드에 의존해 즉흥연주를 이어가는 음악 용어인 ‘잼’(JAM)을 제목에 넣은 것처럼 초대 손님이 현장에서 밴드와 함께 노래도 한다. 출연자도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는 지금껏 배우 공유, 전 바둑기사 이세돌 등이 나왔고, <배철수 잼>은 첫 회에 가수 이장희와 정미조가 출연했다. 17일에는 가수 양준일이 나온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를 진행하는 이동욱. 에스비에스 제공
방송사는 왜 토크가 하고 싶을까. 정통 토크쇼는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 1인 토크쇼는 1989년 <자니윤 쇼>(한국방송2)로 시작해 1993년 <주병진쇼>(에스비에스), 1998년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에스비에스), 1998년 <김혜수 플러스유>(에스비에스)까지 1990~2000년대를 아우르는 인기 콘텐츠였다. 연예인의 개인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티브이 외에는 없었던 시절에 시청자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해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많아지면서 1인 토크쇼는 힘을 잃었다. 가십성 정보까지 넘쳐나는 시대에 연예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2008년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한국방송2), 2011년 <주병진 토크콘서트>(문화방송)를 간간이 선보이며 정통 토크쇼의 부활을 꿈꿨지만 잘 안됐다.
그랬던 정통 토크쇼가 최근 잇따라 등장한 데는 역으로 ‘정보의 홍수’가 이유가 됐다. 시청자들은 <라디오스타>처럼 진행자가 여러명 나와 여러 초대 손님과 ‘가십성’ 이야기를 하는 이른바 ‘떼 토크’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구 미디어 가릴 것 없이 가십성 뉴스를 쏟아내고 가짜뉴스가 성행하면서 ‘팩트 체크’가 하나의 콘텐츠로 유행하는 것처럼, 예능에서도 진실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배철수 잼>을 연출하는 최원석 피디는 “‘떼 토크’가 많아지면서 즉각적인 가벼운 웃음은 자아내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는 나오기 힘들었다.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철수도 “우리나라 방송이 최근에 독하다. 집단으로 모여 앉아 단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웃음을 끌어낸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소형석 피디도 “‘다대다’ 토크는 주의가 분산되는 느낌인데 일대일 토크는 집중력이 훨씬 높다. 집중력 높은 토크가 차별점이자 가장 큰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진행자 이동욱과 출연자 공유. 에스비에스 제공
지상파에서도 시즌제가 일반화하면서 위험부담이 줄어든 것도 정통 토크쇼의 부활에 힘을 실어준다. 2008년 등장한 <박중훈쇼>는 4개월 만에 종영했고, 2011년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6개월 만에 종영하는 등 연이어 실패했다. <이동욱의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12부이고, <배철수 잼>도 8회로 기획됐다. <대화의 희열>도 시즌제로 방영되고 있다. 배철수도 “8회면 부담 없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도 실패의 부담을 덜고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에 욕심을 낸다. 이동욱은 “어릴 때부터 토크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캐릭터나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방송사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야외에서 진행하는 예능에 견줘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스튜디오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정통 토크쇼는 진행자 한명만 두면 돼 적은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배철수 잼> 첫 방송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하지만 가십성 토크와 차별화해 진지하게만 접근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배철수 잼>은 1회 시청률이 2.9%이고, <이동욱의 토크가 하고 싶어서>도 가장 최근 방송 시청률이 2.2%(이상 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쳤다. 공유가 나온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1회 방송은 4.8%였다. 초대 손님에 따라 시청률이 널을 뛰기 때문에 누가 나와도 안정적인 시청률이 나올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깊이 있는 이야기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곳곳에서 초대 손님의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거나 비슷한 이야기라도 정말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연예인의 개인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통 토크쇼의 가장 큰 숙제다. 정덕현 평론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처럼 일반인들의 사연이 더 진실하고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시대에 연예인의 삶이 시청자에게 진실하게 다가가지 않는다”며 “진행자들이 연예인을 대단한 사람처럼 추켜세우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