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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뮤지컬 ‘빅 피쉬’ 작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두 세계 공존이 상상력 원천”

등록 2019-12-23 21:09수정 2019-12-24 02:38

내년 2월까지 선보이는 뮤지컬
2013년 브로드웨이 작품 한국적으로 해석

존 오거스트 영화 이어 뮤지컬 대본도 써
“20년 전 읽었던 소설 ‘빅 피쉬’
아버지를 이해 못했던 주인공이
내 모습 같아 영화·뮤지컬 제작"

"젊은 관객에겐 미래 희망을 주는
중장년에겐 추억의 작품이 되길”
‘빅 피쉬’의 한 장면. 씨제이 이엔엠 제공
‘빅 피쉬’의 한 장면. 씨제이 이엔엠 제공

지난 4일 개막한 뮤지컬 <빅 피쉬>(내년 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는 각박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권하는 쉼표 같은 작품이다. 허풍 가득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버지 에드워드와 그의 아들 윌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넘어, 우리가 믿는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1998년 출간한 대니얼 월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2003년에는 영화로, 2013년에는 뮤지컬로 제작됐다. 한국 초연작은 바로 이 뮤지컬을 가져와 만들었다.

<빅 피쉬>는 대본과 넘버(노래)만 같고 세트 등은 달리해 브로드웨이 등 세계 곳곳에서 여러 버전으로 제작됐는데, 한국에서는 감정선을 더 강조했다. <빅 피쉬> 제작사 쪽은 “브로드웨이가 웅장한 외형과 안무 등에 신경 썼다면 한국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슬프고 감동적인 감정선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 <빅 피쉬>를 보게 만드는 진짜 힘은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그림을 현실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드워드는 10대부터 노년까지 다채로운 모험을 펼치며 늑대인간, 마녀, 거인 등을 만난다. 영화보다 더 직접적인 뮤지컬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허풍의 세계’가 마치 내 상상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듯한 흐뭇함과 설렘을 준다.

텍스트로 읽던 상상의 나래를 현실로 빚은 이는 각본가 존 오거스트다. 그는 영화 <빅 피쉬>에 이어 뮤지컬 각본도 직접 썼다. 그는 “20년 전 소설을 처음 읽은 뒤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과 극 중 아들 윌이 닮았다고 생각해 영화와 뮤지컬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존 오거스트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미국적인 민화와 설화들이 등장하는 등 큰 담론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버전의 <빅 피쉬>를 보려고 가족과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왔다.

영화에 이어 뮤지컬도 직접 집필한 존 오거스트. 씨제이 이엔엠 제공
영화에 이어 뮤지컬도 직접 집필한 존 오거스트. 씨제이 이엔엠 제공

그는 영화 극본을 쓸 때부터 소설과 달리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형성을 통해 담론을 끌어내는 데 더 집중한 듯했다. 소설에는 직업이 소개되지 않은 아들 윌을 기자로 설정했다. “문자적인 사실이 있고 감정적인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허풍과 팩트를 찾는 기자를 대조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가 아내에게 수선화를 선물하는 설정도 소설에는 없다. 이 설정은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지닌다.

뮤지컬은 영화보다 더 세밀하게 에드워드의 내면을 담는다. 존 오거스트는 “영화는 비주얼로 세련되게 표현하고 복잡한 것을 실현할 수 있었지만, 한 캐릭터의 내면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로 전할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에선 내면을 좀더 자세히 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영화처럼 편집이 없기에 다양한 장면을 전환할 수 없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보다 휘황찬란한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의자 하나만 놓아도 사무실이 되는 것처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뮤지컬의 장점”이라고 했다.

1999년 <고>를 시작으로 <미녀 삼총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알라딘> 등을 집필한 그는 무엇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대조를 이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빅 피쉬>도 현실 세계와 에드워드의 상상 속 세계가 공존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현실 세계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가 대조를 이룬다. 두가지 세계의 공존이 내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팀 버튼 감독과도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가 먼저 “<빅 피쉬> 연출을 제안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그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듯했다. 그는 “10살 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작을 읽고 감동받아 작가한테 손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은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 경험이 내게 꿈을 키워줬다. 20년 뒤 그 영화의 각본을 쓰게 된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상상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시아 지역이 궁금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서울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빅 피쉬>의 진짜 재미는 에드워드의 상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1막 중간부터 시작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초반은 상투적이라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서커스 등 장면들은 이미 영화를 봤거나 기대가 큰 관객이라면 다소 유치할 수도 있다. 에드워드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배우 역량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존 오거스트는 “젊은 관객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중장년층은 과거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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