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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방탄 인기에 자극받았나?…미국 등 다시 보이 밴드 열풍

등록 2019-10-29 18:36수정 2019-10-30 02:33

한때 음악시장 뒤흔들었던 콘텐츠
21세기 들어 힙합·록에 밀려났지만
2011~2015 ‘원디렉션’ 흥행하며
‘와이 돈트 위’ ‘프리티머치’ 등 줄이어
와이 돈트 위 11월10일 내한 공연 가져

뉴미디어 생태계·케이팝 영향받아
팬과 소통하는 ‘멀티테이너’로 진화
전 세계적으로 부는 레트로 감성에
‘테이크 댓’ ‘뉴 키즈…’ 등도 다시 소환
미국 등에 보이밴드 열풍 다시 일으키는 대표주자 와이 돈트 위. 11월10일 내한 공연을 한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미국 등에 보이밴드 열풍 다시 일으키는 대표주자 와이 돈트 위. 11월10일 내한 공연을 한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보이즈 투 멘… 백스트리트 보이스, 98 디그리스… 메누도, 제이엘에스, 비티에스….”

도니 월버그가 랩으로 전세계를 흔든 보이 밴드의 이름과 히트곡을 훑는다. 도니 월버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1세대 보이 밴드 뉴 키즈 온 더 블록(NKOTB)의 멤버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자신들의 대표곡인 ‘행잉 터프’의 발매 30돌을 맞아 지난 3월 내놓은 신곡이 ‘보이스 인 더 밴드―보이 밴드 앤섬’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간 활동한 보이 밴드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노래처럼 요즘 미국은 다시 보이 밴드 음악이 ‘찬양’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흘러온 보이 밴드 음악 시장은 한때 연예 비즈니스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뉴 키즈 온 더 블록(1984~1994)이 활동하던 1980~90년대를 지나면서 주춤했다. 미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꾸준히 보이 밴드가 등장했는데, 찬란했던 시절에 견주면 활동은 저조한 편이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미국과 영국은 경향이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21세기 들어 음악의 주도권이 힙합과 록으로 넘어가면서 풋풋한 보이 밴드 음악이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그 풋풋함이 그리워진 걸까. 최근 들어 미국 등에서 보이 밴드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2011년 데뷔한 원디렉션이 기폭제가 됐다. 2010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에 출연했다가 탈락한 5명으로 구성됐다. 2011년 데뷔 음반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등 화제를 모으며 보이 밴드 시대를 다시 열었다. 원디렉션은 2015년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그들이 이끈 흐름을 타고 보이 밴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6년 와이 돈트 위, 2017년 프리티머치 등 ‘넥스트 보이 밴드’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지난 5월1일에는 힙합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던 ‘빌보드 차트’에서 보이 밴드 조너스 브러더스가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와이 돈트 위 멤버 조나 머레이(21)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원디렉션은 굉장히 인기가 많았고 재능이 넘쳤다. 원디렉션을 잇는 보이 밴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와이 돈트 위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11월10일 한국에서 두번째 내한 공연을 한다

1세대 보이밴드로 지난 3월 보이밴드 역사 훑는 곡 발표한 뉴 키즈 온 더 블록. 영상 갈무리
1세대 보이밴드로 지난 3월 보이밴드 역사 훑는 곡 발표한 뉴 키즈 온 더 블록. 영상 갈무리
과거 보이 밴드처럼 요즘 인기를 얻은 보이 밴드들도 보컬 중심이다. 거리에서 여성들에게 노래와 꽃을 선물하는 뮤직비디오(와이 돈트 위)처럼 풋풋한 느낌도 그대로다. 하지만 보컬과 함께 춤을 강조하는 팀이 늘어난 것이 다르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독설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 카월이 결성한 그룹인 프리티머치는 한국 아이돌그룹처럼 일사불란한 군무를 춘다. 멤버 모두가 춤을 잘 추는데, 이들은 데뷔 전부터 각자가 창작한 안무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 아이돌그룹처럼 숙소 생활도 했다.

이런 점을 들어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보이 밴드 경쟁에 케이팝 아이돌그룹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케이팝 열풍과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국 케이팝이) 전통적인 포맷의 보이 밴드로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이미 다 보았고, 주요 음반사들이 케이팝과 협업하는 등 이미 (미국 시장은) 케이팝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레이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더 정확히는 2010년대 이후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의 영향이 강해진 것이 다시 보이 밴드를 주목받게 했다. 방탄소년단이 뉴미디어로 팬덤을 결집했던 것처럼 미국, 영국 시장 등에서도 뉴미디어를 활용한 방식은 보이 밴드 시장에서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와이 돈트 위도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한 대니얼 시비를 빼고는 모두 유튜브나 개인 에스엔에스에 커버 영상을 올리며 먼저 인기를 얻었다. 와이 돈트 위는 매주 팬들의 추천을 받은 키워드와 관련한 노래 2~3곡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주는 등 에스엔에스로 적극 소통한다. 와이 돈트 위 멤버들도 에스엔에스가 자신들을 음악 산업에 뛰어들게 한 동력이라고 말한다.

차우진 평론가는 “90년대까지는 유명한 프로듀서가 동네에서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팀을 만들어 데뷔시켰다면 2000년 이후부터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전환했고, 지금은 유튜브가 스타를 발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뉴미디어의 등장이 보이 밴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했다고도 본다. 보컬 역량에 이어 싱어송라이터, 멀티테이너로의 진화를 넘어 대중은 보이 밴드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해왔다. 데뷔 전부터 뉴미디어를 통한 팬들과의 적극 소통이 늘면서 이를 통해 멤버 개개인에 대한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져 팬과 아티스트 간의 정서적 관계가 형성되며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돌그룹처럼 현란한 칼군무가 인상적인 프리티머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한국 아이돌그룹처럼 현란한 칼군무가 인상적인 프리티머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예전에 활동한 가수들이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는 것처럼 세계적으로도 레트로 열풍이 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2008년 재결합하고, 테이크 댓이 2010년 다시 뭉치는 등 1980~90년대 보이 밴드도 소환됐다. 보이밴드는 아니지만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파이스 걸스의 재결합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대 평론가는 “최근 보이 밴드 유행이 돌아온 이유 중 하나는 복고 바람에 맞춰 백스트리트 보이스, 뉴 키즈 온 더 블록 등이 성공적인 리유니언 투어를 했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그 사이에 조나스 브라더스를 이은 원디렉션으로 시장에서 보이밴드의 명맥이 이어져왔다. 거기에 방탄을 위시한 전세계 케이팝 열풍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다시 분 보이 밴드 바람은 계속될까? 상업적 측면이 아닌 음악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보이 밴드들의 말 속에 답이 보인다. “함께 춤을 추며 비슷한 옷을 입는 데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음악의 많은 창조적인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프로듀싱한다. 우리는 음악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밴드다.”(머레이)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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