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를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 아닌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바라보자는 ‘피엘제트(PLZ) 페스티벌’이 오는 26일부터 새달 5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피스 앤드 라이프 존’을 뜻하는 피엘제트 페스티벌은 음악으로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고자 지구와 사람, 강원문화재단 등이 주최하는 클래식 음악축제다. 지난해 6월 양구 펀치볼에서 열린 ‘2018 피엘제트 이니셔티브’ 행사를 발전시켜 올해 처음 열린다.
26~29일은 강원도 인제 일대가 무대가 된다. 26일 ‘찾아가는 음악회’는 앙상블 데 나시옹과 12사단 군악대가 12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영국 민속음악 모음곡,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등을 선보인다. 앙상블 데 나시옹은 2011년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기구 종사자로 활동하는 60여명의 음악전공자로 구성된 유엔 오케스트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엔 오케스트라가 올 봄에 오케스트라 데 나시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그 안의 실내악단인 유엔 앙상블도 앙상블 데 나시옹으로 이름을 바꿨다. 앙상블 데 나시옹은 인제에서 펼쳐지는 나흘간의 공연에 모두 참여해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27일에는 인제 디엠제트 평화생명동산에서 오프닝 공연이 열린다. 페스티벌 예술감독 겸 피아니스트인 임미정 한세대학교 교수가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을 선사한다. 영국의 크로스오버 작곡가 칼 젠킨스가 ‘코소보 사태’의 참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베네딕투스-무장한 사람: 평화를 위한 미사’다.
28일 오전에는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을지전망대에서, 오후에는 국립자생식물원에서 두 차례 공연이 펼쳐진다. 오전 공연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가 장중하고 애잔한 바흐의 ‘사라방드’ 등을 연주하고, 오후 공연에선 소프라노 강혜정이 가곡 ‘내 마음’ 등을 따뜻한 음색으로 들려준다.
새달 3~5일에는 페스티벌 무대를 박수근미술관으로 옮겨 미술 작품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내악 공연으로 연다. 마지막 날인 5일 페스티벌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영화 <괴물> 등을 작곡한 브라이언 수츠가 만든 ‘아리랑’이다. 현악앙상블 이경선과 비르투오지가 연주를 맡아 익숙한듯 새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임 교수는 “강원도민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까지 피엘제트 페스티벌을 통해 디엠제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전출입신청이 필요한 을지전망대를 제외한 모든 공연은 무료다.(02)725-3342.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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