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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웹을 따르라!

등록 2019-09-23 05:00수정 2019-09-23 16:40

웹툰 웹소설 원작 작품들 성공하며
드라마 영화 ‘2차 콘텐츠’는 기본
뮤지컬 공연시장에서도 잇단 성과
원소스멀티유즈 영향력 크게 확대

스마트폰은 이제 텔레비전이자 극장, 서점, 만화방이다. 모바일로 보는 웹콘텐츠는 작고 가볍고 짧지만, 그 영향력은 빠르고 깊고 넓게 번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띄운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웹예능이 드라마, 영화, 공연 등 ‘제도권 장르’를 뒤흔들고 있다.

■ 웹콘텐츠 선구자 웹툰·웹소설 영화와 드라마로의 변신을 주도하는 웹 장르는 단연 웹툰이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OCN), <쌉니다 천리마마트>(tvN), <좋아하면 울리는>(넷플릭스)을 비롯해 배우 이시언의 첫 주연 영화 <아내를 죽였다>, 변영주 감독이 제작 중인 영화 <조명가게> 역시 원작이 웹툰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허영만·이현세 작가 시대 이후 강풀·윤성호 작가 등의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웹툰이 원데이터가 된 2차 콘텐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웹툰 원작’이 일상화돼 ‘괜찮다’고 소문난 웹툰은 이미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88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5년 4200억원의 갑절로 성장했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자체 페이지를 분석해보면 웹툰 이용자는 20대(34%)가 가장 많고 남녀 비중은 비슷하다”며 “평범한 현실과 달리 빙의나 환생 등을 통해 성공하는 대리만족형 내용의 판타지 장르가 많이 읽힌다”고 분석했다.

독자 유입 증가로 시장이 커지면서 웹툰은 ‘원 소스 멀티 유스’(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사업을 진행하는 방식) 콘텐츠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1441만명), <신과 함께: 인과 연>(1227만명), <내부자들>(915만명) 등 웹툰 원작의 작품이 모두 흥행하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더욱 늘고 있다. 판타지 장르가 강세인 웹툰은 영화화나 드라마화 초창기 기술력의 한계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신과 함께>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영상화 성공에 날개를 달았다.

공연 시장도 웹툰 원작의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뮤지컬 <나빌레라> <신과 함께> ‘저승편’ ‘이승편’, <무한동력> 등이 선을 보였고, 현재 상연 중인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연극 <한번 더 해요> <우리 집에 왜 왔니>도 모두 동명의 인기 웹툰을 각색해 만들었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를 만든 박해림 작가는 “웹툰은 각색이 어렵지만 관객들이 원작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차 콘텐츠로 가공되는 데는 웹소설이 웹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과거 피시(PC)통신 시절에 ‘인터넷 소설’로 불렸던 웹소설은 2013년에 네이버웹소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약 200억원 규모였던 웹소설 시장은 지속 성장해 지난해에는 4300억원대로 20배 이상 성장했다. 웹소설도 맡고 있는 네이버웹툰 사업담당 이희윤 리더는 “세계적으로 콘텐츠 제작사의 고민은 신선한 소재를 찾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다양해지니 웹툰, 웹소설 쪽으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KBS2) <해를 품은 달>(MBC)은 시청률 대박을 쳤고, <김 비서가 왜 그럴까>(tvN)도 호평을 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저스티스>(KBS2)도 법정 미스터리물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 경계 사라진 모바일 시대
웹드라마 웹예능 등 제작 활발
방송사도 앞다퉈 관련 채널 개설

웹드라마 <에이틴> 화면 갈무리
웹드라마 <에이틴> 화면 갈무리
■ 지상파 인기 뛰어넘는 웹예능, 웹드라마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와 예능이 케이블 등 비지상파 채널에 시청자들을 뺏기고 시청률이 하락하는 사이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모바일·웹상에서는 웹드라마, 웹예능이 꽃피고 있다. 웹드라마는 2010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시작으로 해마다 편수를 늘려가 지난해엔 약 80편(네이버 티브이 캐스트)이 제작됐다. 웹시리즈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의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는 누적 재생수 3천만 뷰를 돌파했고, 10대들 사이에서 화제인 <에이틴 시즌2> 역시 지난 6월 종영하며 누적 재생수 3억 뷰를 기록했다. <에이틴>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중 도하나 역의 신예은은 광고계 샛별이 됐을 정도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10분 안팎의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층에 맞춰 한회에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가 아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가 사랑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형식과 표현에 갇힌 지상파 예능과 달리 ‘날것’의 맛이 살아 있는 웹예능이 사랑받자 방송사들도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예능에 눈길을 돌렸다. <티브이엔>(tvN)의 디지털 채널인 <티브이엔 디>(tvN D)는 힘 대결 서바이벌인 <더 스트롱맨: 짐승들의 대결>을, <히스토리채널>은 가수 겸 방송인 김종민을 내세운 토론배틀쇼 <뇌피셜>을, <제이티비시>(JTBC)의 디지털 채널인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프리랜서가 된 장성규 전 아나운서의 아르바이트 체험기인 <워크맨>을 서비스 중이다. 특히 지난 7월 유튜브에 개설한 <워크맨>은 이미 구독자 100만명을 훌쩍 넘기며 열성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관객, 원작 이해도 높아 접근 쉬워”
“완성된 스토리·캐릭터 이미 검증”
TV 등 전통미디어 역진출도 물꼬
웹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확장 나서

인기 웹툰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옮긴 <좋아하면 울리는> 화면 갈무리.
인기 웹툰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옮긴 <좋아하면 울리는> 화면 갈무리.
■ 가볍고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웹콘텐츠 이렇듯 대중문화에서 웹콘텐츠 비중이 커진 건 경쟁이 심화된 콘텐츠 시장에서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 이희윤 리더는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을 만들면 이미 완성된 스토리 라인과 특색 있는 캐릭터가 콘텐츠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대중에게 이미 검증된 작품인 만큼 흥행에 실패할 확률도 낮다”고 설명했다. 똘똘한 웹콘텐츠 하나면 동반성장 효과도 일어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웹툰-웹소설-웹드라마’가 서로의 원작이 되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될 수 있다. 웹툰 <헤어진 다음날>은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현재는 <원 모어>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만들어져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웹소설 <김 비서가 왜 그럴까>는 드라마와 웹툰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웹 전용 콘텐츠로 만들었다가 반응이 좋아 방송사가 정규 편성한 사례도 있다. 예능인 <신서유기>(tvN)와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MBC), 드라마 <에이틴>(Mnet)과 <인서울>(JTBC)은 웹에서 먼저 선보인 뒤 각 방송사에 편성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방송사와 정보통신업체 등이 합종연횡하며) 플랫폼 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플랫폼의 힘은 결국 콘텐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웹콘텐츠들이 늘 승승장구하는 건 아니다. 인기 웹툰이었던 <치즈 인 더 트랩>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나 캐릭터와 맞지 않은 캐스팅과 지나친 각색이 팬들에게 원성을 샀다. 원작의 강력한 팬덤이 도리어 위험요소가 된 경우다.

웹콘텐츠가 상승 국면을 타면서 시장을 이끌어가는 포털업체는 부지런히 몸집을 불려가며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직접 2차 콘텐츠 가공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엠(M)의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는 카카오 산하 다음웹툰에서 연재한 웹툰 <망자의 서>를 포함해 웹툰 3편을 드라마로 제작해 내년부터 한해에 1편씩 3년간 <한국방송>(KBS)에서 방영하기로 했다. 네이버웹툰의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엔(N)도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외에 <스위트홈> <여신강림> 등 20여편의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다. 두 포털업체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으며 미국, 일본 등에도 웹콘텐츠 플랫폼을 개설해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정경미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본부장은 “웹콘텐츠의 증가는 통신망의 속도와 연관성이 있는데 모바일은 접근성이 좋고 취향에 맞춰 문화를 소비할 수 있어 웹콘텐츠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우리만의 스토리(K-스토리)로 글로벌 웹콘텐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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