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공연예술분야 성(性)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19.4) 일부 갈무리.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예술분야 종사자 절반이 주변 예술인의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한 명은 강간미수나 강간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아 9일 공개한 ‘공연예술분야 성(性)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19.4)를 보면, 응답자 3663명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선배 예술가가 71.3%로 가장 많았으며, 교수와 강사(50.9%), 기획자(29.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피해 장소는 회식 장소가 60.7%로 가장 많았다. 사적 만남 중(40.9%), 개인 작업실(38.1%), 공동 예술활동 공간(34.4%) 등이 잇따랐다.
강간 미수나 강간 피해를 목격한 경험률도 각각 14%와 9.3%로 나타났다. 장소는 사적 만남 중이 각각 57.1%와 63.8%로 가장 높았다. 성추행과 마찬가지로 강간 피해 역시 가해자는 선배 예술가(71.4%)가 가장 많았고, 교수나 강사(40.2%)가 그 뒤를 이었다.
성추행·스토킹·강간 등 8가지 유형의 성폭력 피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피해를 본 직후에 대부분 ‘신고하지 못했다’(97.8%)고 응답했다. 신고하지 못한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62.0%)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공연예술계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80.7%)탓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세대 간, 남녀 간 인식 차이’(62.1%), ‘공연예술계의 엄격한 상하관계’(58.4%),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많은 예술계의 고용형태’(50.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연예술분야 종사자 366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22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온라인 조사한 내용이다. 문체부는 대중문화예술분야(방송, 음악, 패션, 만화웹툰) 성폭력 실태보고서와 함께 이 보고서를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수민 의원은 “보고서는 공연예술 분야에 여전히 성폭력이 만연해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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