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베토벤 해석의 대가’인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66)가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월드투어’에 나선다. 다음달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상하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거쳐 11월엔 서울과 인천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08년 첫 내한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았던 그가 이번에 선보일 무대는 좀 더 특별하다. 1999년에 그가 창단한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프로젝트다. 시프가 아시아에서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에 앞서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우정을 기반으로 한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내게 가족과 같은 오케스트라다. 대부분의 단원이 나이가 많지만 마음만은 젊고 풋풋하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비쳤다. 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들려줄 곡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 3, 4번(11월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1번, 5번 ‘황제’(11월13일 인천 아트센터인천)다. 시프는 “피아노협주곡은 베토벤의 작품 활동 초기와 중기에 작곡된 것들로 마치 그의 명함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투어가 독주자와 지휘자로 서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려 있다. 나에게 엄청난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시프는 90장이 넘는 다채로운 디스코그래피(음반 이력)를 보유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32곡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을 도시 20여곳에서 연주해왔다. 그가 생각하는 베토벤 음악의 매력은 뭘까. “베토벤의 음악은 실존적인 문제들을 다뤄요. 질병을 비롯해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해갔던 그의 인생은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진화를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는 매우 관대한 작곡가였고, 그의 음악이 담은 최후의 메시지는 항상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프는 곡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연주로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정작 그는 “그런 수식어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며 “그저 나는 좋은 연주자, 위대한 작곡가들의 충실한 종으로 기억되길 원한다”고 했다. ‘교과서’로 불리는 연주자답게 연주를 깐깐하게 준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투어 때마다 전속 조율사인 토마스 휩슈가 동행하며 그와 함께 현장에서 피아노를 선택하고 조율해 연주한다. 지금까지 모든 내한공연을 함께해온 휩슈는 이번 투어도 함께할 예정이다. 시프는 “위대해지는 것에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와 독주회에 이어 올해 다시 한국을 찾는 그는 “유럽의 클래식 관객이 나이 든 것과 달리 한국 공연장은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고 굉장히 열정적이라 지난 모든 공연이 기억에 남아 있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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