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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본이 두려워한 봉오동 영웅…홍범도를 노래하다

등록 2019-08-29 18:11수정 2019-08-29 20:41

대형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피 끓는 결기로 나라위해 싸웠지만
고려극장 수위로 생 마감한 홍범도
실화 바탕한 인간적 삶에 주목
28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역사콘서트 ‘극장 앞 독립군’에서 서울시 예술단원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역사콘서트 ‘극장 앞 독립군’에서 서울시 예술단원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홍범도(1868~1943) 장군의 가장 빛나는 시기는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때입니다. (…) <간도독립운동소사>를 보면 홍범도는 이렇게 묘사돼 있어요. ‘언제나 계급장도 없는 졸병과 같은 차림이었고, 지휘도나 권총 대신 왜놈 잡을 장총 두 자루를 지니고 다녔다’고요. 지휘만 한 것이 아니라 전투에 앞장선 인물이었죠.”(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어스름이 깔린 28일 저녁,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역사콘서트 ‘극장 앞 독립군’이 열렸다. 새달 20~21일에 선보일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준비하는 세종문화회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함께 마련한 자리다. 항일독립운동의 중요한 인물인 홍범도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하게 될 공연을 미리 선보이는 갈라 공연이다.

역사콘서트에 참여한 청중 180여명은 홍범도의 생애에 귀를 쫑긋 세웠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머슴, 나팔수, 포수 등을 했던 홍범도는 항일운동사의 영웅이 되었다가 카자흐스탄 한인촌의 고려극장 수위로 생을 마친다. ‘날으는 홍장군’이라는 노래가 불릴 정도로 민중들에겐 영웅이었고, 일본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인물의 최후로는 어딘가 쓸쓸하다. 청중들은 홍범도가 귀순을 권하는 일제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 큰아들 양순의 귀를 총으로 쐈다는 대목에서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음악극도 강연 내용처럼 홍범도의 영웅적인 순간만 조명하지 않고 인간적인 삶에 주목한다. 극장 수위가 된 홍범도가 한 청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극단 단원들이 폐관을 앞둔 극장의 마지막 공연으로 ‘날으는 홍장군’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본을 쓴 고연옥 작가는 “연극 속의 영웅 홍범도와 현실에서 실패한 독립군인 홍범도를 대비시킨 작품”이라며 “멋진 영웅이 아닐지라도, 실패와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길을 선택한 홍범도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려극장에선 극작가였던 태장춘이 쓴 홍범도의 이야기가 <의병들>이란 제목으로 1942년에 공연되기도 했었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당시 공연을 직접 본 홍범도가 ‘나를 너무 멋지게 그렸다’고 하면서 ‘나 말고 이름 없이 희생된 독립군들을 추모하는 내용으로 만들어달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음악극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착안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열렸던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쇼케이스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열렸던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쇼케이스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 산하 7개 예술단체 하모니
세종문화회관 사상 첫 합동공연
가요·국악·재즈 비롯한 24곡 선사

<극장 앞 독립군>의 음악은 24곡으로 구성했다. 대중가요를 비롯해 모던록,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녹여 재미를 선사한다. 나실인 작곡가 겸 음악감독은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이라며 “홍범도 장군뿐 아니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억에 남을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본공연을 앞두고 열린 이날 역사콘서트에선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왜적 군대가 막 쓰러진다”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날으는 홍범도’를 비롯해 ‘당신이 내 운명이라면’ ‘홍범도가 온다’ 등 8곡을 미리 선보여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번 작품은 산하 예술단을 가진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높이고 대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개관 41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합동공연이다. 서울시극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무용단 등 서울시 산하 7개 예술단체 300명이 참여한다. 홍범도 역을 맡은 서울시극단 강신구 배우는 노래 없이 연기만 하고, 합창단과 오페라단, 뮤지컬단에서 젊은 홍범도와 여러 주변 인물을 소화하며 함께 우렁찬 노래를 선사할 예정이다.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책을 통해서만 접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때, 홍범도를 그린 음악극도 신선하지만 서울시 산하 예술단체들이 하나로 어울려 낼 하모니도 주목을 끈다.

역사콘서트 ‘극장 앞 독립군’이 끝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나섰다. 음악극이 공연될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는데 야외 계단에 적힌 <극장 앞 독립군> 작품 속 대사가 눈에 띈다. “만주든 연해주든 시베리아든 세상 어느 곳에 가더라도 쉬지 않고 싸울 것이다.” 홍범도를 포함해 피 끓는 결기로 나라를 위해 싸웠던 무명의 독립군 용사들의 외침 같아 절로 숙연해졌다. (02)399-1000.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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