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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불황기 맞은 TV, ‘현실 육아’로 웃을까

등록 2019-08-19 18:07수정 2019-08-19 19:28

SBS, 월화드라마 대신 <리틀 포레스트>
KBS도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지상파 ‘육아 예능’ 카드 다시 만지작

2000년부터 ‘시청률 보장’ 아이템
‘연예인 자녀’의 ‘성장 과정’ 아닌
평범한 아이들 새롭게 등장시켜

뛰어놀 곳 없는 꽉 막힌 현실이나
맞벌이 주주 보육 문제 등 환기
출연 신청 1주일에 1만 명 넘겨
<에스비에스>가 월화미니시리즈를 잠정 중단하고 선보인 첫 예능 <리틀 포레스트>.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가 월화미니시리즈를 잠정 중단하고 선보인 첫 예능 <리틀 포레스트>. 에스비에스 제공
불황에는 3B를 기억하라! 미녀(Beauty), 아기(Baby), 동물(Beast).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이 법칙은 예능에도 적용된다. 특히 아기가 나오는 ‘육아 예능’은 방송사가 위기의 순간마다 치고 오르는 결정적인 구실을 해왔다. 육아 예능의 시초인 <목표달성! 토요일―지오디(GOD)의 육아일기>(2000년 1월9일~2001년 5월12일)는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0년 등장해 당시 신인이었던 가수 지오디도, 프로그램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놨다. 2013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일밤>(문화방송)을 부활시킨 것 역시 연예인 부모가 어린 자녀와 여행 가는 <아빠 어디 가>(2013년 1월6일~2015년 1월18일)였고, 연예인 부모의 육아 일기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년 11월3일~)가 성공하면서 <한국방송2>도 연이은 부진을 딛고 <1박2일>과 함께 일요 예능의 인기를 쌍끌이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2019년 다시 한번 ‘아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스비에스>는 월화미니시리즈를 잠정 폐지하고 평일 황금시간대에 첫 예능으로 <리틀 포레스트>(12일 시작)를 내놨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재미를 보고 있는 <한국방송2>도 또 하나의 육아 예능인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를 지난 7월 시작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찍박골에 아이들이 생활할 ‘돌봄하우스’를 열고 이승기·이서진 등 연예인과 아이들이 생활하는 과정을 담고,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김구라·서장훈 등이 부모를 대신해 하루 동안 아이를 등하원시키며 보살핀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시청률 2~3%(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리틀 포레스트>는 5~6%로 아직은 불꽃이 타오르지 않지만, 방송사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육아 예능은 현실에서 아이가 등장하면 대부분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과 같은 관성적인 재미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온다.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위기의 순간마다 방송사들은 육아 예능으로 시청률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분석했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와 <리틀 포레스트>는 이전 육아 예능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위화감 조성이라는 부분을 비켜 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맞벌이 시대, <리틀 포레스트>는 아이들이 뛰어놀 곳 없는 사회를 반영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둘 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을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나’ 같은 ‘그들’의 모습을 강조했다. <리틀 포레스트> 김정욱 피디는 “시간표도 정하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등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원승연 피디는 “애가 생기면 누가 봐줄지, 등하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현실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실제 출연 신청이 1주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승기와 정소민은 아동 심리 상담 자격증을 따는 등 연예인들도 진심을 갖고 임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리틀 포레스트> 촬영 현장에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팀 닥터가 함께한다.

부모를 대신해 매회 새로운 아이들의 등하원 등을 돕는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한국방송 제공
부모를 대신해 매회 새로운 아이들의 등하원 등을 돕는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한국방송 제공
하지만 3B 법칙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두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육아 예능의 법칙과는 다소 비켜나 있다는 점에서 육아 예능의 새로운 성공 법칙을 세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예능 피디들은 성공하는 육아 예능은 한 아이를 꾸준히 등장시켜 성장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일본에는 아이의 첫 심부름만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을 정도로 시청자들은 기어다니던 아이가 걷고 뛰는 등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아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아이가 매번 바뀌면 그 아이의 캐릭터에 적응하고 감정이입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과거 <지오디의 육아일기>를 따라 만든 <목표달성! 토요일―헬로 베이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도 매주 새로운 아이들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능 피디는 “연예인, 어른이 아닌 아이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빠’와 ‘여행’ 가는 설정을 심은 <아빠 어디 가>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오래 살아남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떤 아빠가 아닌, 어떤 아이가 등장하느냐가 인기 요인이라는 점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에 출연하는 서장훈은 제작발표회에서 “예능을 표방하지만, 현실을 담은 다큐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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