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식 작가×최우정 작곡가 인터뷰]
2017년 호평받은 동명의 연극을 각색
훨씬 화려하고 커진 무대로 관객 맞아
2017년 호평받은 동명의 연극을 각색
훨씬 화려하고 커진 무대로 관객 맞아
오페라 <1945>를 함께 만드는 배삼식 작가(왼쪽)와 최우정 작곡가. 예술의전당 제공
“무서운 세상 헤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묻는 작품” 연극 <1945>를 대본으로만 접하고도 감동해 오페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는 최우정은 이번 작품을 ‘기술자’로서 어떻게 음악을 끌어올릴 것이냐에 집중했다고 했다. “1930~1940년대 유행했던 창가, 종교음악, 클래식 등을 다양하게 끌어왔어요. ‘엄마야 누나야’ ‘울리는 만주선’ 등을 비롯해 생활 속에서 들어봤음 직한 노래들을 넣었습니다.” <1945>는 두 사람의 세번째 공동작업이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의 삶을 다룬 음악극 <적로>, 정가 가수인 하윤주의 독창회 <추선>도 함께 했었다. 앞선 작품들이 보여주듯 평소 국악에 조예가 깊은 두 사람이라 이번 오페라에도 우리 가락을 녹여내지 않았을까. 최 작곡가는 “극 중 누이가 죽는 장면에서 서양의 장례식풍 음악을 쓰지 않고 씻김굿의 특징을 딴 음악을 사용하긴 했지만 너무 국악 같지 않게 표현했다”고 했다. 오페라가 가진 격조를 해치지 않도록 악기편성에서도 전통악기보다 아코디언 같은 서양 악기로 국악의 느낌만 살렸다고 설명했다. 오페라다 보니 노래를 위해 수정이 불가피했던 부분들이 있다. 먼저 등장인물 몇몇의 이름을 바꿨다. ‘위안소’를 탈출한 분이의 연극 속 원래 이름은 명숙이었지만 캐릭터는 그대로 두고 이름만 노래 부르기 좋게 바꿨다. 연극의 재미요소였던 사투리는 아쉽지만 만나기 어렵다. 최우정은 “이북 사투리의 경우 장단으로 표현하며 사투리 맛만 살짝 냈다”고 했다. 반면 무대연출은 연극보다 더 화려해진다. 오페라가 스케일이 큰 만큼 연극에선 불가능했던 기차나 휑하고 쓸쓸한 만주 벌판 등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 극의 몰입감을 더해줄 예정이다. <1945>는 조선 ‘난민’과 ‘위안부’를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오페라로 풀어내기에 음악적으로 버거운 작품은 아닌지 묻자 최우정은 “그래서 이 작품이 오페라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누구보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어요. 특히 분이와 미즈코는 극한의 슬픔에서 소리를 뽑아내는 아리아가 가능한 인물들이죠. 이들의 노래는 개인의 삶을 최대한 추측해보고 음악적 능력을 동원해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훅훅 넘길 수 없었죠.” 배삼식 역시 “이 작품이 대단히 생경하고 복잡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음악은 음악대로 즐기면서 미즈코와 분이가 과연 기차를 탈 수 있는지를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이 작품은 무서운 세상을 건너는 사람들이 (혐오와 배제를 일삼는) 시대착오적인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역설적으로 위로받는 이야기에요. 그 속에서 과연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묻고 있죠.”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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