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 번더플로어코리아 제공
돌리고, 흔들고, 던지고, 구르고, 뛰어오른다. 커플의 맞잡은 두 손과 바닥을 구르는 발은 쉴 틈이 없다. 춤으로 단련된 단단한 근육을 가진 무용수들의 얼굴에서 비 오듯 떨어지는 땀도 마치 무대 소품 같다. 빛나는 조명 아래서 반짝인다. 자이브에서 룸바로, 탱고에서 파소도블레(투우를 표현한 스페인 전통춤)로 릴레이 하듯 이어지는 춤의 향연에 관객들의 눈도 반짝였다. 14명의 무용수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극장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가 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바닥에 불이 나도록 열정적인 춤을 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뮤지컬은 이름 그대로 타오를 듯 격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지 올해로 20년 됐다. 공연은 출발점부터 흥미롭다. 1997년 팝가수 엘턴 존의 50살 생일파티에서 열린 브이아이피(VIP)들을 위한 10분짜리 댄스 공연에 매료된 프로듀서 할리 메드캐프가 커플 춤인 사교댄스에 뮤지컬을 접목해 만들었다. 지금까지 50개 나라 180여개 도시에서 공연됐고, 국내에서는 2006년 처음 선보였다.
<번 더 플로어>는 라틴댄스(차차, 룸바, 삼바, 파소도블레, 자이브)와 볼룸댄스라고도 하는 모던댄스(왈츠, 탱고, 폭스트롯, 비엔나왈츠, 퀵스텝) 등 17개의 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20년간 사랑받으며 발전해온 공연은 한국의 정서에 맞춰 구성에 변화를 줬다. “언어의 장벽을 고려해 대사를 거의 없애고 조금 더 감정적인 무대로 꾸몄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줄거리 없이 1부는 꿈을 꾸는 한 남자의 상상을, 2부는 열정, 질투 등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춤을 연결해 보여준다. 1980~90년대 세계 라틴댄스와 볼룸댄스 챔피언 출신으로 이번 공연의 감독을 맡은 피타 로비는 “모던한 동작과 음악 등이 추가됐지만 댄스 스타일은 전통 볼룸댄스 요소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 번더플로어코리아 제공
음악은 직접 녹음한 곡과 세명의 가수가 라이브로 들려주는 음악을 사용한다. 그중엔 익숙한 팝도 있는데 사교댄스가 더해져 새롭다. 경건함이 느껴지는 본 조비의 ‘할렐루야’는 우아한 비엔나왈츠로, 리듬이 강한 리애나의 ‘돈트 스톱 더 뮤직’은 신체를 위아래로 튕기는 동작이 있는 삼바와 경쾌한 스텝이 돋보이는 차차로 선보인다. 드라마틱한 퍼포먼스가 어울리는 곡인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은 탱고와 스윙댄스까지 섞은 사교댄스로 밀도있게 안무를 짰다.
춤을 추는 무용수들은 모두 전세계 내로라하는 댄스경연대회 우승자들. 격렬한 춤에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곡마다 다른 의상과 신발을 갈아 신고 나타나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다. 장면 전환이 빠른데 곡마다 갈아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도 공연의 재미요소다. 한회 공연에 사용되는 의상은 모두 600벌. 2시간 가까운 공연에서 한 무용수당 12번 정도 옷을 갈아입는다. 의상마다 신발도 바꿔야 해 각자 구두를 5켤레씩 갖고 있다. 의상 디자이너인 브렛 후퍼는 “무용수들이 격렬하게 춤을 추다 보니 하루 8시간 정도씩 세탁과 수선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번 더 플로어>의 매력은 춤의 종류를 몰라도 쉽게 빠져들고 흥이 오른다는 점이다. 에너지 넘치는 무용수들을 보다 보면 저절로 객석에서 어깨가 들썩이고 환호하게 된다. 20대 젊은 관객들만 그러냐고? 전혀. 사교댄스를 이용한 뮤지컬답게 공연 예매자들은 30~50대가 많다. 커튼콜 이후 포토월에서 무용수 몇몇이 관객들과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데 중장년 여성들이 펄쩍펄쩍 뛰며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이후 인천(17~18일)과 대구(20~21)를 찾는다. 1588-5212.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