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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예술위 ‘팝업씨어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직접 공개사과

등록 2019-07-07 16:37수정 2019-07-07 22:09

세월호 떠올린다며 예술위가 연극 방해
제보했다가 불이익당한 예술위 직원 및
피해 본 공연팀 19일 만나 사과키로
대학로 예술극장 외벽에도 사과문 게재
2015년 10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팝업씨어터 공연을 방해하고 취소한 사건이 발생하자 연극인들이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앞에 모여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5년 10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팝업씨어터 공연을 방해하고 취소한 사건이 발생하자 연극인들이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앞에 모여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대표적 사건인 ‘팝업씨어터’ 피해자들을 오는 19일에 만나 공개사과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시행에 관여한 정부 기관들이 블랙리스트 사태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은 있어도 개별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공개사과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과는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안 최종 이행방안’을 내놓은 뒤 이뤄지는 후속 조처 중 하나다.

예술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개입했던 ‘팝업씨어터’ 사건은 2015년 10월18일 벌어졌다. ‘카페, 공원 등 일상의 공간을 놀이터로 만들자’는 의도로 기획된 팝업씨어터 공연 중 하나로 이날 연극 <이 아이>(김정 연출)가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안 씨어터카페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시작을 앞두고 주최 쪽으로부터 공연 불가 통보, 카페 내 의자 및 테이블 이동 금지 등 조직적인 방해를 받았다. 수학여행 중 죽은 아이가 나오는 장면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아이> 공연이 파행을 겪은 데 이어 차기 공연작이던 <불신의 힘>(송정안 연출), <후시기나 포켓또>(윤혜숙 연출)도 대본 검열을 받았다. 블랙리스트와 검열이 작동된 사실을 연극계와 언론에 알린 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의 김진이 대리는 이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겪다 끝내 퇴사했다.

예술위는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기에 앞서 8~19일 12일 동안 예술위 누리집에 공개사과문을 띄운다. 사건이 발생했던 대학로예술극장 건물 외벽, 씨어터카페 내부 등에도 사과문이 담긴 대자보를 건다. 예술위는 이 사과문에서 “2015년 10월 팝업씨어터 사태 공론화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예술가들의 수차례 항의와 시위가 진행되었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가 밝혀졌음에도 그동안 적극적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세 연극의 공연팀(연출, 배우 등)과 함께 팝업씨어터를 담당하면서 조직의 불합리한 지시를 따르지 않고 불이익을 감수한 김진이(무기계약직)·김준수(파견직)·염한별(인턴)씨 등에게 사과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한 민간위원은 “팝업씨어터 사건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중 유일하게 행정기관 직원이 내부고발자가 돼 세상에 알린 상징적 사건”이라며 “블랙리스트 사태가 지난해로 모두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블랙리스트 방지 법제화 문제 등 후속 조처들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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